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3.12.19 14:20

대통령 해외 순방, 그룹 총수들 동행…'빈번한 동행' 지적도
부산 엑스포 유치 총력 기울였지만 결국 실패…실망감 커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기자들이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기자들이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올해 주요 그룹 총수들에게는 '사법 리스크'와 '소송'이 가장 큰 이슈였다.

이들은 또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여러 차례 해외 순방에 나서며 민간외교의 한 축을 도맡았다. 그러나 사활을 걸었던 부산 엑스포 유치는 실패로 돌아가 아쉬움을 안겼다. 

◆끝나지 않은 사법 리스크…결과는 내년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재판을 3년 2개월 간 치러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1월 17일 1심 결심 공판을 마지막으로 내년 1월 26일 선고만 남겨뒀다. 재계에서는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예상보다 높은 구형에 당황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 회장은 결심 공판에서 합병 과정에서 개인적인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상상한 적이 없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두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검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준다던가, 속인다거나, 그런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단언했다. 

검찰이 5년의 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가 1~2년을 감경해 선고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받아 석방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재벌 총수에게는 징역 3년형이 구형된 경우가 많았고, 결과적으로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례가 많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SK글로벌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후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받은 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은 2021년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전례가 있다. 삼성전자 측은 "집행유예를 기대하지만, 재판부가 어떠한 판결을 내릴 지 모르겠다. 구속을 피할 수 있다고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이 회장이 다시 구속된다면 삼성전자의 사업 경쟁력에 큰 악영향을 줄 것이 명백하다. 유죄 판결이 나오면 형량과 더불어 취업 제한 등 회장으로서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도 있다. 또 양측의 항소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앞으로 2심과 3심에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반도체 업황 악화에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이다. 올해 1, 2분기는 1조원에도 미치지 못 한 6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3분기에는 2조4000억원대로 회복하며 상반기 대비 실적 개선세가 뚜렷했지만, 작년 3분기보다 77.6% 줄어든 수준으로 여전히 부진하다. 

미래 신사업 육성도 과제다. 삼성전자는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M&A) 의지를 강조해왔지만, 2017년 9조원을 들여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사실상 M&A가 중단된 상태다. 결국 끝없이 이어진 사법 리스크가 가져온 후폭풍인 셈이다.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서 한일 경제협력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제공=SK)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제공=SK)

◆최태원 회장 이혼소송…장외전 번지며 '힘든 한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해당 소송이 '장외전'으로 번지면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최 회장은 2020년 1월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했다. 이는 2017년 이혼을 신청했으나 이혼조정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 관장은 이혼에 반대해왔으나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반소를 냈다. 위자로 3억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중 42.29%를 지급하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결국 최 회장은 1심에서 웃었다. 이혼 청구는 기각됐고 위자료 명목으로 1억원과 재산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최대 쟁점으로 자리잡았던 SK 주식이 분할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최 회장의 완승'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노 관장은 재산분할에서 완패한 후 올해 항소심에 돌입했으며 여론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최 회장은 노 관장에 맞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노 관장의 대리인을 형사고소하면서 양측의 싸움이 '감정 싸움'으로 확대됐다.

노 관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혼 소송을 공적 관심사로 전환했고, 최 회장이 유책 배우자라며 비난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1일 개최된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 당사자의 출석 의무가 없는 데도 참석해 짧게나마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특히 최 회장은 자녀들이 노 관장의 편을 들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차녀 최민정 씨를 시작으로 장남 최인근 씨, 장녀 최윤정 씨 등 3남매가 항소심 재판부에 탄원서를 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제공=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제공=LG그룹)

◆구광모 회장, 재산 분할 소송 제기로 '홍역'

LG그룹은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재산 분할을 두고 선대회장의 아내와 두 딸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게 소송을 제기해 큰 홍역을 앓고 있다. 특히 LG그룹은 1947년 창업 이후 75년간 대외적으로 경영권, 재산 분쟁이 없었던 그룹이어서 이번 소송은 큰 관심을 모았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1994년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고 60세가 되던 해에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들였다. LG가(家)는 그동안 딸들을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고 장자 승계 원칙을 이어왔기 때문에 구 회장의 양자 입적은 '후계자 낙점을 위한 작업'으로 여겨졌다. 구 회장은 나이 26세에 LG의 공식적인 후계자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구 회장은 구 선대회장의 주식 11.28% 중 8.76%를 물려받은 뒤, 기존에 갖고 있던 주식 6.24%를 더해 총 15.00%를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세 모녀는 LG 주식 일부와 구 선대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 부동산, 미술품 등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2월 세 모녀가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하며 갈등이 표면 위로 떠 올랐다. 세 모녀는 "분할협의서 작성 과정 중 유언장이 없는 것을 몰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분할협의서 작성은 무효"라며 배우자와 자녀들이 법정상속분대로 '1.5대 1대 1대 1' 비율로 다시 재산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이 비율대로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한다면 구 회장의 지분율은 9.7%로 떨어진다. 이 경우, 세 모녀의 지분율의 합인 14.09%보다 낮아지게 돼 경영권을 뺏기게 된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이끄는 LG가 글로벌 경영 위기 상황에서도 주력 사업이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리는 등, 큰 성장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세 모녀가 경영권을 가져갈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세 모녀는 본인들은 구 선대회장님의 의사가 담긴 유지 메모 외에 유언장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 재판을 건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한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며 "재판이 1년 가까이 진행되는 동안 아직도 이를 입증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6월 20일(현지시간) 파리 이시레몰리노의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장에 입장하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6월 20일(현지시간) 파리 이시레몰리노의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장에 입장하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에 바쁜 한해 …부산 엑스포 유치는 '실패'

올해 윤석열 대통령은 각 그룹 총수를 대동하고 해외 순방에 적극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 들어 해외는 물론 국내까지 대통령 행사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 12차례나 된다. 1달에 1번꼴로 대통령을 동행한 것이다. 

다른 그룹 총수들 역시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에 수차례 동행했다. 

국외 순방만 따져보면 이재용 회장은 1월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다보스 포럼 방문에 이어 일본, 미국, 프랑스·베트남, 사우디·카타르, 일본·프랑스, 네덜란드 등 7번 동행했다.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 및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각각 6차례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이들 총수의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은 민간 외교의 한 축을 맡으며 적잖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정부가 너무 빈번하게 기업인들을 대동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윤 대통령과 그룹 총수들은 부산 엑스포 유치에도 적극 나섰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유치 도시를 결정짓기 이틀 전까지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5대 그룹은 마지막 한 표라도 더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으나 소용이 없었다.

윤석열(오른쪽 두 번째) 대통령이 지난 4월 11일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오른쪽 두 번째) 대통령이 지난 4월 11일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올해 주요 그룹들 '세대교체' 본격화…'젊은 피' 수혈 두드러져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주요 그룹들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됐다는 점도 재계의 키워드다.

주요 그룹들이 단행한 인사에서 대체로 60대들이 퇴진하고 50대 리더들이 새롭게 등장해 '젊은 피 수혈' 현상이 두드러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고 구본무 회장 체계를 이어온 부회장단을 전부 교체하고, '뉴 LG'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친인 구본무 회장 체제를 이어온 6인의 부회장 중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용퇴로 6인이 모두 현직에서 물러남으로써 '구광모 체제'로의 세대교체를 완료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첫 1970년대 사장이 등장했다. 올해 53세인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 사장으로 등판했기 때문이다.  

또 임원 인사에서도 40대 부사장 11명과 30대 상무 1명을 승진 발탁해 세대교체에 더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부사장 승진자 중에서는 46세인 디바이스경험(DX) 부문 황인철 부사장이 최연소 부사장에 올랐다. 

SK그룹은 위기 돌파를 위해 50대 대표들을 전진 배치하는 방식으로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4명의 60대 부회장단을 사실상 2선으로 후퇴시키고, 50대의 젊은 피를 수혈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그룹의 2인자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최창원 부회장을 임명했다. 최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맡아왔는데 의장으로 임명됐으며, 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글로벌위원회 위원장도 겸임한다.

재계에서는 60대 부회장단의 동반 퇴진은 2016년 말에 이들 인사가 난 이후로 7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글로벌 경영환경이 위중하다고 판단한 것이 퇴진 결정의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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