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3.12.23 08:00
LG화학 대산공장 NCC 전경. (사진제공=LG화학)
LG화학 대산공장 NCC 전경. (사진제공=LG화학)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올 한해 석유화학업계는 끝없는 '불황 터널'의 연속이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수요가 위축되고, 중국의 대규모 공장 신·증설로 공급 과잉이 겹친 데다, 국제 유가까지 연일 치솟으며 '삼중고'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긴 불황 터널을 딛고 '슈퍼사이클(20년 이상의 장기적인 가격상승 추세)'에 돌입한 조선업계도 선별 수주 전략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에 한창이다. 지난해에 비해 선박 발주량은 줄었으나,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수주를 이어가며 조선업 '교체 사이클'에 올라타 순항하는 모습이다.

◆석화 4사, 업황 부진 '삼중고'…체질 개선 '안간힘'

올해 석유화학 4사의 성적표에는 업황 부진이 여실히 드러났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 3분기 연결누계기준 매출은 13조90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9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69억원으로 전년(1조2404억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한화솔루션은 기초소재 부문에서 매출 4조1616억원, 영업이익 14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4.9%, 10.6% 줄어든 수치다.

롯데케미칼도 기초소재 부문에서 매출 3조7755억원으로 전년 대비 26.2% 감소했다. 영업손실도 지난해 4069억원에서 올해 2943억원으로 줄였다.

금호석유화학은 같은 기간 매출 6조3301억원, 영업이익 322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4%, 68%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석유화학산업은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들썩임에 따라 원료인 나프타와 에틸렌 가격도 요동친다. 업계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수치)는 고유가 영향으로 올해 톤당 200달러대에 머물렀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 14일 톤당 180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손익분기점(300달러)을 밑도는 수준으로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에틸렌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 가격은 오르는데, 경기침체로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또한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이 경기침체 장기화로 수요가 둔화하는 데다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며 공급 과잉이 발생한 점도 수익성 악화에 한몫했다.

한화솔루션 여수공장 전경. (사진제공=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 여수공장 전경. (사진제공=한화솔루션)

이에 4사 모두 체질 개선을 위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은 스페셜티 제품인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생산 확대에 나섰다. 2021년부터 충남 서산에 연산 10만톤 규모의 POE 생산공장을 증설하고 있으며, 현재 연산 28만톤 수준의 생산능력(CAPA)은 38만톤까지 늘어난다. 태양광 필름 등에 사용되는 POE는 최근 태양광 발전량 증가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화솔루션은 재생에너지 부문을 미래 먹거리로 꼽았다.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5.1GW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달튼과 조지아주 카터스빌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해 태양광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복합 생산단지인  '솔라 허브'를 구축한다. 한화솔루션은 솔라 허브를 통해 연간 총 1조원가량의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초 동박 업체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해 이차전지 사업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또한 친환경 제품 생산으로 생산라인을 전환, 기존 석유화학 상품의 매출 비중을 현재 60%에서 오는 2030년에는 40%로 낮출 계획이다.

금호석유화학도 체질 개선을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1일 전남 여수 제2에너지 사업장에서 CCUS 사업 핵심 설비인 이산화탄소 포집·액화 플랜트를 착공했다.

착공에 돌입한 탄소 포집·액화 플랜트가 목표대로 2025년 초에 준공되면 여수 열병합발전소에서 발생한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만 포집해 액화시킨 후 탄산으로 재탄생하는 프로세스가 구축, 이를 의료·산업용 가스로 판매하게 된다. 회사 측은 연간 약 6만9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재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2년 인도한 20만㎥급 LNG운반선이 시운전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2년 인도한 20만㎥급 LNG운반선이 시운전하고 있다. (사진제공=HD한국조선해양)

◆조선 빅3, 친환경 훈풍타고 '순항'…선별수주로 수익성

조선은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이다. 장기 불황을 딛고 일어난 조선 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슈퍼사이클이 지속되며 3~5년치 일감을 쌓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나 글로벌 선박 수주 시장에서 친환경 선박이 주목받으며 그간 가스선 중심의 고부가 선박을 건조해 온 국내 조선 업계에 활기를 더했다.

이에 조선 빅3는 올해 3분기 일제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동반 흑자 성적을 낸 것은 2012년 4분기 이후 약 11년 만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3분기 영업이익은 690억원, 삼성중공업은 759억원의 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은 7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1개 분기 동안 이어가던 적자 고리를 끊어냈다. 새로운 출범 후 곧바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셈이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총 223억2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액(157억4000만달러)의 141.9%를 달성했다. 선종별로는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39척, LPG(액화석유가스)·암모니아운반선 34척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이 가장 많았고, PC(석유화학제품운반)선 37척, 컨테이너선 29척, PCTC(완성차운반선) 4척, 탱커 7척,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2척, 에탄운반선 5척, 해양 1기 등 총 158척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올해 고부가선박 위주로 일감을 따냈다. 수주 선박은 컨테이너선 16척, LNG운반선 7척, 원유운반선 2척 등 총 26척이며 66억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액의 69%를 채웠다. 한화오션은 LNG운반선 5척, 암모니아운반선 5척, 특수선 6척 등 총 16척(30억달러)을 수주해 올해 목표치의 43%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사진제공=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사진제공=삼성중공업)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는 3019억원으로 전년(-3556억원) 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 봤다. 매출은 23% 증가한 21조282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전년(-8544억원) 대비 235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된다. 매출은 7조8787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조6136억원의 적자를 낸 한화오션은 올해 영업손실 1083억원으로 적자 폭을 대폭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고공행진 중인 선박 가격도 실적 호조세에 기여할 예정이다. 새로 건조하는 선박의 가격 지표인 클락슨리서치 신조선가지수는 11월 말 기준 176.61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또한 최근 신조선가를 견인 중인 LNG운반선의 한 척당 가격은 2억65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 3사가) 충분한 수주잔고를 확보해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다"며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한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와 2008년 이전에 인도됐던 선박들의 노후화 시기가 겹쳐 향후 3~5년간은 꾸준한 발주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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