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12.22 08:30

현대차·기아 수출 200만대 돌파…항공업계, 경영 정상화 박차

기아 전용 전기차 'EV6' 생산라인. (사진제공=현대차그룹)
기아 전용 전기차 'EV6' 생산라인.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고물가와 고금리라는 악재 속에서도 완성차 업계는 2023년 한 해 동안 현대차·기아를 중심으로 역대급 실적을 써내려갔다. 계속되는 신차 출시와 3년 묵은 수요가 폭발하면서다. 완성차 업계는 주요 3대 지표인 내수, 수출, 생산이 모두 증가하는 '트리플 성장'을 이뤄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최악의 시기를 보낸 항공 업계도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항공사들의 엔데믹 전환 및 노선 정상화의 노력의 결과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여객 수 6000만명을 돌파했다.

다만 내년 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여부가 결정되면 항공업계는 또 한 번의 지각변동을 겪을 전망이다.

◆완성차 수출 실적 훈풍…현대차·기아 200만대 돌파

올 한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엔데믹 이후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며 바쁜 한해를 보냈다. 특히 맏형 현대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17.4% 증가한 270만대로 추정된다. 이는 2016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올해 판매량은 현대차·기아가 주도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104만6350대, 96만2449대를 수출해 7년 만에 200만대를 돌파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뒤를 이어 수출을 가장 많이 한 업체는 한국지엠(GM한국사업장)이다. 한국지엠의 수출량은 지난해 1~10월 18만5000대에서 올해 같은 기간 33만7000대로 82.3%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필두로 수출에 집중한 전략 덕분이다. 북미 수출을 늘린 전략도 호재로 작용했다.

KG모빌리티와 르노코리아자동차도 수출에 힘주고 있다. KG모빌리티의 경우 올 한해 4만9802대를 수출했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부터 수출 확대를 목표로 해외 진출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결과 지난 5일에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10억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기차 시장 '주춤'…소비심리 악화에 성장폭 줄어

완성차 업계의 판매 성장세가 확연한 가운데 전기차(EV) 시장은 예상보다 둔화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0~11월 전기 승용신규 등록 대수는 2만5499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만8766대보다 11% 줄어든 규모다.

전기차 판매량 감소 현상은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전반에서 골고루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 중형 전기 세단인 '아이오닉 6'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5% 감소한 601대, 기아 'EV6'와 제네시스 'GV60'은 각각 39.7%, 76.3% 줄었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할 가능성도 제기돼 전기차 보급 속도가 더 느려질 수 있다. 정부의 내년 전기차 보조금 예산은 총 1조732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보다 8.2% 줄어든 액수다. 업계에서는 차종별 보조금이 100만원 가까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판매량이 주춤하는 사이 하이브리드 차량은 자동차 시장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올해 1~11월 신규 등록 수는 35만3647대다. 최근 5년 동안 전체 연료별 차종 중에서 하이브리드만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브리드는 좋은 연비와 함께 충전 불편함이 없어 합리적인 선택지로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해외 여행객들이 탑승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웍스 DB)
인천국제공항에서 해외 여행객들이 탑승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웍스 DB)

◆코로나 엔데믹에 항공 업계 회복세…경영 정상화 박차

항공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코로나가 극심했던 2020년 하반기 국제선 여객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2% 감소한 127만693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급변했다. 엔데믹 전환에 따라 억제됐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1월까지 국제선 여객수는 4년 만에 60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2019년 여객 수의 74%에 달한다.

항공사들은 엔데믹 전환과 동시에 노선 정상화와 기단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등 여행 수요 폭발에 부응하며 실적을 이끌어냈다. 대형 항공사(FSC)는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저비용 항공사(LCC)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의 단거리 노선을 재개했다.

늘어나는 여객 수에 맞춰 승무원 인력의 확대도 두드러졌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은 신규 채용을 진행하면서 예년 인력 수준을 점차 회복하는 중이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올해만 총 4번의 객실승무원 채용을 진행하면서 엔데믹 이후 벌어진 LCC 주도권 다툼에 기민히 반응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와 대한항공 항공기가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대기 중이다. (사진=정민서 기자)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와 대한항공 항공기가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대기 중이다. (사진=정민서 기자)

◆해 넘기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내년 결합 심사 마무리

2023년 항공 업계 최대 이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이었다. 심사가 마무리 되고 양사의 결합이 이뤄지면 세계 10위권 국적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한국을 포함한 총 14국에 기업 결합을 신고했으며, 지난 3월 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과 미국, 일본 3개국의 심사를 남겨두고 있다.

EU집행위원회(EC)는 내년 2월 14일 전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끝마칠 방침이다. EC는 지난 5월 양사 합병으로 인해 유럽 노선에서 승객·화물 운송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심사를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EC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하고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유럽 4개 중복 노선의 대체 항공사 진입 지원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의 분리 매각 등 후속 방안을 마련했다.

대한항공은 이외에도 미국과 일본의 기업결합 심사에 본격 돌입할 방침이다. 업계는 미국 노선은 경쟁 항공사가 많아 독과점 우려가 낮은 데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으로 독과점 우려도 줄었기 때문에 EC보다 심사가 다소 수월할 전망이다. 일본 노선은 이미 LCC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 경쟁 제한 우려가 적다.

만약 양사 합병이 무산된다면 3조60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여기에 인수를 목적으로 한 슬롯 반환의 국부 유출 논란과 함께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이 뒷걸음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이러한 고비를 모두 넘기고 합병이 이뤄진다면 다양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감소와 소비자 편익 증대,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경쟁력 향상 등이 뒤따를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완료된 2년 후부터 연간 3000억~4000억원 규모의 합병 효과를 예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