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12.19 16:54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뉴스1)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뉴스1)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하림그룹(팬오션·JKL 컨소시엄)이 세계 8위 컨테이너선사인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인수전을 둘러싼 ‘잡음’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HMM 인수금 마련을 위해 인수금융을 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자기자본보다 인수금융 규모가 더 크다는 견해가 지배적인 만큼, HMM 인수를 마무리하면 재무적 부담 해소를 위해 HMM의 유동성 자산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IB 업계에서는 하림그룹이 제시한 인수 추정가 6조4000억원에서 자기자본 충당금이 3조원대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부족한 금액은 인수금융을 통해 채우기로 내부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융 규모를 볼 때 시장 평균금리인 7~8% 기준으로 연간 2000억~3000억원의 이자를 갚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무리한 자본 조달이 자본잠식으로 이어지는 ‘졸속 매각’이 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본입찰 전 HMM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인수 후보자들에게 ▲HMM 인수 뒤 지분 5년 보유 ▲3년 동안 연간 배당금 최대 5000억원 제한 등의 매각 조건을 내걸었다. HMM이 투기자본에 잠식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하림그룹은 ▲3년간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의 5년 내 매각 허용 ▲HMM 자사주 매입 등을 산은과 해진공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쉽지 않은 자기자본 조달과 인수금융 충당 때문에 빚어진 다소 무리한 요구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런 배경은 향후 나머지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 과정에서도 불안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HMM 컨테이너선이 미국 LA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HMM)
HMM 컨테이너선이 미국 LA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HMM)

기업결합 심사도 변수다. 하림그룹이 기존 팬오션과 함께 HMM까지 거느리는 초대형 국적선사로 발돋움하면, 해외 주요국이 이를 마뜩잖게 볼 것이라는 관측이다. 팬오션이 벌크선 중심으로 운영되고 HMM은 컨테이너션이기 때문에 독과점 우려가 크지 않다는 예상도 나오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글로벌 선사들의 독과점 형태가 지적되고 있다. 글로벌 해운사인 MSC, 머스크, CMA CGM, COSCO 4사는 코로나 사태 이후 규모를 더욱 키워 현재 시장 점유율이 절반 이상 차지한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 3년 이상을 공들였지만,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기업결합을 불승인한 바 있다. EU집행위는 양사 합병이 유럽 지역에서 경쟁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노조의 격한 반발도 부담이다. 이날 HMM 노조는 하림그룹의 우협 선정을 반대하며 파업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HMM 노조는 자산 규모가 턱없이 작은 하림그룹이 HMM을 인수하는 것은 '5만원이 든 지갑을 1만원에 팔려 하는 격'이라며 HMM 최대주주인 산은과 해진공을 압박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하림그룹이 자본 조달 어려움과 해운시황마저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HMM 인수를 추진한 것은 ‘선박금융(선박담보부 대출)’을 노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선박금융은 선박의 사용 연수나 수익력 등을 고려해 10년 이상의 장기대출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자본 부족을 매울 수 있고 차후 금융 신사업 전개까지 타진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은과 해진공 입장에서도 자기자본 조달 규모가 불확실한 하림그룹의 우선협상자 선정이 불편할 것”이라며 “추후 하림그룹과의 협상 과정에서 판을 어그러뜨릴 명분을 찾을 수 있겠지만, 원점에서 다시 총대를 메야 하는 부담스러움이 있어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