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2.21 00:01
지난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양자 정상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지난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양자 정상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한국과 일본 정부의 고위급 관계자가 경제 및 통상 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하는 한일 고위경제협의회가 오늘(21일) 서울에서 열린다. 8년 만에 재개되는 이번 회의에는 강재권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오노 케이치 일본 외무성 경제담당 외무심의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해 양국 경제협력 현황을 점검하고, 경제안보 정책 협력, 경제 분야 실질협력, 지역·다자 협력 등 양측 관심사항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최근 양국이 공급망 및 핵심·신흥기술 등 경제안보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경제 분야 다양한 의제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일본이 수산물 수입 규제나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문제 등을 거론할지도 관심사다.

한일 고위경제협의회는 한국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일본 외무성 경제담당 외무심의관이 수석대표를 맡고 양국의 다양한 경제부처들이 참여해 경제 관련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하는 대화체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발표된 이듬해인 1999년부터 양국을 오가며 매년 정례적으로 열리다가 2016년 도쿄에서 열린 14차 회의를 끝으로 8년째 열리지 못했다. 2016년 말 부산 주재 자국 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것에 반발해 일본 정부가 일방적으로 고위경제협의회 개최를 연기했고, 이후 한일관계 악화 국면이 장기화하며 정례 회의가 무한정 미뤄진 것이다.

그러다 올해 3월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마련 이후 한일관계가 회복되고 그동안 중단된 각종 협의체를 재가동하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고위경제협의회 재개 논의도 이뤄졌다. 특히 지난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양국 협력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고위경제협의회 연내 재개에 합의했고, 이후 8월, 11월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도 회의 재개 의지를 확인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후 양국이 의제와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조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이번 고위경제협의회 가동으로 경제, 금융, 에너지, 인적교류, 교육 등 폭넓은 분야에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양국이 소모적인 경쟁 관계에서 벗어나 협력하면 경제 정체를 극복하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여서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이 에너지, 반도체, 조선, 자동차, 배터리 같은 산업은 물론 관광업까지 각 분야에서 힘을 합치면 상상 이상의 경제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효과는 양국 모두 공감하고 있다.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과거사로 얽힌 앙금을 털어내고 경제·안보 및 글로벌 리더십 파트너로 서로를 바라보는 자세부터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안보에 이어 경제협력 창구까지 복원되면서 한일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튼 지금이 한 몸이 돼 협력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는 선택 아닌 필수 요건이고, 양국 정부 모두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고위경제협의회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크다. 중요한 것은 어렵게 다시 재개되는 만큼 이번 협의회를 통해 양국의 협력을 구체화하고,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갈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글로벌 경기침체는 물론 양국의 경제 정체도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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