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2.23 00:0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9일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9일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불법 사채업자의 빚 독촉과 불법 채권추심에 따른 폐해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올 상반기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피해 건수만 6784건에 달하고, 올해 9월까지 불법 사금융 범죄 검거 건수도 전년 대비 35%가 증가할 정도로 지금도 참담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도한 연체이자와 추심부담을 방지하기 위한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개인채무자보호법)'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 통과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제정안은 정부의 법률 공포 절차를 거쳐 내년 10월부터 시행된다.

제정안은 사적 채무조정 제도화, 과도한 이자부담 완화, 불리한 추심관행 개선 등을 담고 있다. 먼저 제정안은 연체액이 3000만원 미만인 채무자가 간편하고 신속하게 재기할 수 있도록 금융사에 직접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또 채무조정 요청을 받은 금융사는 추심을 중지하고 10영업일 이내에 채무조정 여부를 채무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제정안은 또 연체액이 5000만원 미만인 채무자에 대한 이자부과 방식을 개선하고,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경우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했을 때 상환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원금에 대해서는 연체가산이자를 발생하지 못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대출원금이 100만원이고 상환기일이 도래한 원금이 10만원, 도래하지 않은 원금이 90만원일 경우 10만원에 대해서만 연체가산이자를 부과하도록 한 것이다. 현행 제도는 대출원금인 100만원 전체에 대해 연체가산이자를 부과할 수 있다.

과도한 추심 관행을 손질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추심횟수를 7일간 최대 7회로 제한하고 특정 시간대와 특정 수단으로 연락 제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번에 통과된 개인채무자보호법은 금융사 자체 채무조정이 법제화되면서 '금융사-신용회복위원회-법원'에 이르는 한국형 공(公)·사(社) 채무조정 체계가 완성됐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다. 그간 금융권 채무조정은 신용회복위원회와 법원 등 공적 기구에만 의존해 금융사의 자체적 채무조정이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해소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연체자에게 채무조정권을 부여하고, 연체한 금액에만 연체 이자를 매기도록 한 것도 잘한 일이다. 과도한 추심 관행을 손질한 것도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사금융 시장이 매우 복잡해 이것만으론 불법 금융을 근절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앞으로 법을 시행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하는 이유다.

불법 금융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악질 사범에 대한 엄단은 기본이고, 금융 취약계층을 보호하면서 모럴해저드를 줄이는 등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권 금융시장 재정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로 금리 시절을 만든 20% 법정 최고 금리를 시중금리 연동제로 바꾸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불법 금융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올리고 범죄 수익까지 모조리 환수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금융과 금융연체자 신용회복 지원 확대는 기본이다. 이런 조처들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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