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2.26 11:52
서울 지하철 4호선 사당역에 출근을 하는 시민들이 몰려있다. (사진=뉴스웍스 DB)
서울 지하철 4호선 사당역에 출근을 하는 시민들이 몰려있다.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서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해 강남으로 출·퇴근 하는 A씨는 매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른다. 객실은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고, 이 곳 저 곳에서 비병과 신음소리가 나오는 것이 일쑤다. 열차 몇 대를 그냥 보내고도 타지 못하는가 하면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서는 바람에 출입문이 제대로 닫히지도 않아 몇 번씩 여닫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옥철'이란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하철 혼잡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A씨가 이용하는 9호선은 주거지역인 강서권과 업무지역인 여의도, 강남권을 연결하는 노선으로 출퇴근시간대 수요가 높다. 지난해 기준 출퇴근 시간 9호선 혼잡도는 194.8%에 달하고, 혼잡도가 200%를 훨씬 넘는 날도 많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전언이다. 혼잡도는 열차 탑승 기준인원 대비 실제 탑승 인원 비율, 편성은 여러 대가 연결된 철도 차량을 운용하는 단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혼잡도 100%라는 것은 서로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공간이 확보된 상태로, 객실 하나에 160명이 탔을 때가 기준이다. 200%가 넘는다는 것은 320명이 넘게 탄 것이어서 열차가 급정거·발차할 경우 승객이 넘어져 대형 압사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화재 같은 비상사태라도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런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가 2027년까지 1024억원을 투입해 4·7·9호선 전동차 8편성을 증차한다고 한다. 시는 현재 노선별 혼잡도와 추가 투입 시 예상되는 개선 효과 등을 고려해 4호선 3편성, 7호선 1편성, 9호선 4편성 증차를 결정했다.

전동차 8편성이 추가 투입되면 2027년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는 150%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지난해 기준 혼잡도가 4호선 185.5%, 7호선 160.6%, 9호선 194.8%에 달했던 것이 증차가 완료되면 4호선 148%, 7호선 147%, 9호선 159%로 감소한다는 얘기다.

서울 지하철 혼잡도가 높아진 것은 서울시와 기획재정부, 국회가 전동차 증차비용을 서로 떠넘기다 시기를 놓친 탓이 크다. 수요는 계속 늘어났는데도 증차 등 근본 대책을 외면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는 얘기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 증차 계획은 시의적절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예산 확보과정에서 서울시와 정부, 국회가 한 마음이 된 것은 칭찬할 만 하다. 앞서 서울시는 이번 증설에 필요한 사업비(1024억원) 가운데 4분의 1에 해당하는 256억원의 국비를 요청했고 국회와 정부를 꾸준히 설득한 끝에 해당 금액을 모두 확보했다. 이는 지하철 건설 또는 노후 전동차 교체가 아니라 운영 중인 노선에 대한 전동차 증차로는 처음 이룬 성과여서 돋보인다.

증차로만 끝내선 안 된다. 서울시의 이번 증차 계획이 이뤄져도 혼잡도가 개선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서다. 앞서 서울시는 내년 1월부터 출퇴근 시간 대 지하철 4·7호선 각 1편성에서 2개 칸 내 일반석 의자를 제거해 출퇴근 시간 대 혼잡도를 줄이는 방안을 시범적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신선한 발상이다. 이런 아이디어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 다만 이런 대책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차제에 지하철 혼잡도에 대한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애꿎은 시민이 지옥철에서 고생하는 일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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