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12.26 18:08

경영권 분쟁, 조현범 회장 승리로 일단락…조 이사장 성년후견 신청 2심, 내년 1월 열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한국앤컴퍼니의 조현식(왼쪽) 고문과 조현범 회장. (사진제공=한국앤컴퍼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한국앤컴퍼니의 조현식(왼쪽) 고문과 조현범 회장. (사진제공=한국앤컴퍼니)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가 최소목표수량 조건 미달로 무산됐다. 그러나 양쪽 모두 금융당국에 조사를 요청한데다 내년 초 블록딜에 대한 2차 심사도 남아있어 '3차 형제의 난'이 발발할 가능성이 잔존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 2호의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로 진행한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 지분 8.83%에 해당하는 838만8317주가 응모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공개매수 최소목표수량(1932만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시작된 우호지분 확보 경쟁은 조양래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 조현범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결과 발표 직후, 한국앤컴퍼니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안에 대한 주주분들의 판단을 존중하며,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공개매수는 무산됐지만, 업계에서는 조 회장과 MBK 양측의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1일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 사건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찾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주가가 공개매수 발표 전에 몇 개월 동안 거의 40~50% 올랐는데 금융당국에서 사전매매를 더 조사해봐야 하지 않나 의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한국앤컴퍼니는 금융당국에 정식으로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MBK파트너스도 지난 15일 조 회장을 지지하는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지분 매입에 대해 시세조종 의혹을 제기하며 금융당국에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22일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실패를 인정하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으로 지켜보겠다"며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을 예고했다.

한국앤컴퍼니 본사. (사진제공=한국타이어)
한국앤컴퍼니 본사. (사진제공=한국타이어)

판세가 완전히 뒤집힐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조 명예회장의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에 대한 판결 결과가 아직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은 자신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 전량을 차남 조 회장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전량 매각했다.

이에 첫째 딸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조 고문, 둘째 딸 조희원씨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조 명예회장의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내린 의사결정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블록딜 매각 직후인 2020년 7월, 조 이사장은 아버지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를 요청했다.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은 노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에 대해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다. 사무처리 능력이 질병, 장애, 노령, 그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경우 성년후견이, '부족'한 경우 한정후견이 개시될 수 있다.

재판부는 조 이사장이 청구한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기각했지만, 2심 법원이 조 이사장의 성년후견 신청을 받아들이면 2020년에 이뤄진 블록딜이 무효로 판결날 가능성도 남아있다. 2심은 내년 1월 열릴 예정이다.

한편, 조 명예회장에 대한 정신감정을 의뢰받은 서울보라매병원은 지난달 27일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에 신체감정 결과를 회신했다. 지난 5월11일 재판부가 감정을 촉탁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구체적인 감정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의 정신감정 결과는 개인사로 진행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밝힐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조 명예회장의 건강상태는 양호하다. 1심에서 (한정후견개시 심판이) 기각된 것과 마찬가지로 2심에서 다른 결정이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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