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12.29 15:52

LCC들, 노선 늘리고 항공기 추가 도입 나서
부채비율 1820% 아시아나항공…현재 기단 '유지'

인천국제공항에서 해외여행객들이 탑승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해외여행객들이 탑승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코로나19 이후 억눌린 여행 수요가 폭발한 가운데, 주요 항공사들이 노선 증편과 항공기 도입에 적극나서고 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절차가 길어지면서 현상 유지에 집중, 시장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나온다.

29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2024년 인천공항의 국제여객은 코로나 발발 이전인 7100만명선 (2019년의 101%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항공 여객 수요 정상화가 예상됨에 따라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여행 수요 폭발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일본, 동남아시아 등 중단거리 노선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LCC들은 전략적인 노선 증편과 항공기 도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제주항공은 내년에 차세대 항공기인 'B737-8' 5대를 도입한다. 티웨이항공은 B737-8 2대와 'B737-800' 3대, 'A330' 2대 등 총 7대를 추가할 예정이다. 또한 진에어와 이스타항공은 'B737-8'을 각각 4대, 5대씩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김포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정민서 기자)
​김포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정민서 기자)

반면, 재무적으로 위축된 아시아나항공은 노후기 교체조차 더디게 진행하는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기단인 81대를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단, 내년 중 노후기재 5대를 차세대 항공기 'A350', 'A321네오' 5대로 교체한다. 교체하는 항공기는 기령 20~25년 이상인 'B747'과 'B777'로 추정된다.

또한 신규 직원 채용은 4년 넘게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 측은 "재무적 요인이 크다"라는 입장이다.

항공 업계가 빠르게 회복되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본총계의 18배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 3분기 기준 182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부채비율은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통상적으로 200% 미만이면 재무건전성이 양호하고, 400% 이상이면 위기 신호로 보는 견해가 강하다. 업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긴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건전성은 이미 위험 상태를 넘어섰다.

지난해 부채 비율이 1000%를 넘었던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제주항공이 공격적 투자 및 전략적 노선 증편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회복한 것과 대조되는 상황이다.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제주항공의 지난 3분기 부채비율은 각각 844.6%, 646.6%, 469.3%로 낮아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추진 중인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187.6% 수준이다.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승객을 태운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와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륙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정민서 기자)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승객을 태운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와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륙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정민서 기자)

업계에서는 내년 EU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끝마치고 미국과 일본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시아나항공이 신사업이나 노선 확충을 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용 투입은 합병 결정 이후에 진행하려고 하는 만큼, 지금은 전략적으로 노선을 확충하거나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어려운 상황"며 "현재로선 재무적으로 위축된 만큼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좁다. 실적 개선보다는 현상 유지 경영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한국을 포함한 총 14국에 기업 결합을 신고했으며, 지난 3월 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과 미국, 일본 3개국의 심사를 남겨두고 있다.

EC는 내년 2월 14일 전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끝마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미국과 일본의 기업결합 심사에 본격 돌입할 방침이다. 업계는 미국 노선은 경쟁 항공사가 많아 독과점 우려가 낮은 데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으로 독과점 우려도 줄었기 때문에 EC보다 심사가 다소 수월할 전망이다. 일본 노선은 이미 LCC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 경쟁제한 우려가 적다.

만약 양사 합병이 무산된다면 3조60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여기에 인수를 목적으로 한 슬롯 반환의 국부 유출 논란과 함께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이 뒷걸음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이러한 고비를 모두 넘기고 합병이 이뤄진다면 시너지가 기대된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감소와 소비자 편익 증대,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경쟁력 향상 등이 뒤따를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완료된 2년 후부터 연간 3000억~4000억원의 합병 효과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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