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4.01.11 20:00

티웨이항공, 유럽 4개 노선 인수 유력…제주항공, 아시아나 화물 인수전 참여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요구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여객 노선 이관 작업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양 사 합병 절차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C는 티웨이항공에 요구한 '정보 요청(RFI)'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EC는 제출받은 서류를 바탕으로 양 사 합병과 관련한 최종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RFI는 EU 집행위원회가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기업이나 법인에 '특정 정보를 기한 내에 제출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EC는 지난해 5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 법인이 ▲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등 4개 여객 노선에서 시장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밝혔다. 이에 대한항공은 EC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노선을 이관해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시정조치안을 제출했다.

당초 유럽 여객 노선을 이관할 항공사로는 중장거리 특화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가 거론됐지만, 해당 항공사는 유럽 대신 미주 노선에 투입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후 물망에 오른 항공사는 티웨이항공이다. 유럽 노선에서 수익을 내려면 최소 3대 이상의 장거리용 기재를 갖춰야 하는데, 현시점에서 해당 노선을 운영할 수 있는 체력과 기반을 갖춘 곳은 티웨이항공이 유일하다.

티웨이항공의 화물 ULD(A330). (사진제공=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의 화물 ULD(A330). (사진제공=티웨이항공)

코로나 기간동안 보수적인 자금 운용으로 재무 부담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한 티웨이항공은 지난 2021년 말부터 장거리 노선 취항에 뛰어들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2년 말 국내 LCC 최초로 취항한 인천~시드니 노선은 1년여 동안 10만5000여 명이 이용했으며, 평균 탑승률은 88%를 웃돌았다. 이후 몽골과 싱가포르 등에 취항하는 등 기존 LCC와는 차별화된 장거리 노선 전략을 펼쳤다. 

장거리 노선에 집중하기 위해 티웨이항공은 지난 2022년 대형기 347석 규모의 A330-300 3대를 포함해 총 4대를 신규 도입했고, 이에 맞춰 LCC 중 가장 먼저 인력 채용도 재개했다.

티웨이항공은 장거리 운항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A330-300 2대 ▲B737-8 3대 ▲B737-800 2대 등 총 7대의 신기재를 도입할 계획이다.

제주항공 화물기에 화물이 실리고 있다. (사진제공=제주항공)
제주항공 화물기에 화물이 실리고 있다. (사진제공=제주항공)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작업도 순항 중이다. LCC 1위인 제주항공이 해당 사업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지부진했던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당초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객과 화물 모두 B737 단일 기단을 유지하는 제주항공이 대형기인 B747·B767을 운용하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할 경우 원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중소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이스타항공이 참여한 화물사업부 인수전을 두고 각국 경쟁 당국이 요구하는 아시아나항공을 대체할 '경쟁 항공사'로 평가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총부채는 12조원이며, 화물사업부의 가격은 5000억~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제주항공의 참여로 화물사업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EC의 심사도 순조롭게 통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LCC들의 이같은 움직임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한 파생 효과로 보고 있다. 코로나 이후 여객 수요 증가로 실적이 불어난 상황에서 화물사업과 신규 노선 확보는 LCC들이 몸집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LCC들은 기본적으로 경쟁사 관계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인해 LCC들이 장거리 노선이나 화물사업을 인수해 통해 사업 노선을 분명히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지금 LCC들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칠 시기"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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