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1.13 10:52

중국 기업 1100여 개 참가…미중 갈등에도 기술 알리기 한창
아마존·구글·인텔 전시장 '큰 관심'…SK그룹 관람객 6만 넘어

CES 2024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많은 참관객들이 운집해 있다. (출처=CES 2024 홈페이지)
CES 2024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많은 참관객들이 운집해 있다. (출처=CES 2024 홈페이지)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9일부터 12일(현지시간)까지 열린 'CES 2024'는 단연 인공지능(AI)의 무대였다.

2017년 '알파고' 등장으로 촉발된 AI는 지난해 생성형 AI '챗GPT'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면서 세상을 바꿀 핵심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에 주요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들은 CES 2024에서 자사의 주력 제품과 서비스에 AI를 일제히 적용하고 한층 지능화된 세상을 그렸다.

이번 CES에서 중국 업체들이 대거 참석한 것도 특징이다. 팬데믹으로 중단되었던 오프라인 행사가 2023년 재개되었지만, 미중 관계 경색에 따라 중국 업체들은 CES 2023 참가에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에 따르면 150여 개 국가, 4000개 이상의 업체가 참가한 CES 2024에서 중국 업체의 수는 1100개 이상을 차지했다.

아마존·구글·인텔 등 글로벌 기업의 전시장에는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또 SK그룹 전시관에는 긴 행렬이 이어졌고, 삼성전자에도 관심이 몰리는 등 글로벌 기업 및 국내 기업들의 전시장은 성황을 이뤘다.

팻 겔싱어 인텔 CEO가 "AI는 인터넷 등장만큼 파급력을 보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출처=CES 2024 홈페이지)
팻 겔싱어 인텔 CEO가 "AI는 인터넷 등장만큼 파급력을 보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출처=CES 2024 홈페이지)

◆온디바이스 AI '성큼'…연결 없이도 제품 스스로 사고해

온디바이스 AI는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만으로 AI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수많은 정보가 모아져 있는 클라우드 서버와 접속해 이를 토대로 추론하고 연산해 결과를 도출하는 기존 AI와는 구동 방식부터 다르다. 따라서 빠르고, 독립적이며, 보안성이 높다. 

인텔은 지난해 12월 'AI 에브리웨어'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며 온디바이스의 대표적인 AI PC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9일 기조연설에서 "앞으로 클라우드를 이용하지 않고, AI PC를 통해 내 컴퓨터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텔은 이번 CES에서 온디바이스 AI, 최신 공정의 데스크톱 프로세서, 차량용 AI 제품들을 공개했다. 인텔의 쇼케이스 부스는 베니션 호텔에 독립적으로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대표 제품은 14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의 모바일 전체 라인업과 65W 및 35W 데스크톱 프로세서다. 

14세대 데스크톱 프로세서는 이전 세대보다 최대 37% 빠른 다중 스레드 성능과 최대 5.8GHz의 동작 속도를 제공하며 총 18가지 제품으로 출시된다. 65W급 고효율 버전인 인텔 코어 i9-14900 프로세서는 8개의 성능코어 및 16개의 효율 코어로 총 24코어 32스레드 구성을 제공하고, 최대 192GB의 DDR5-5600 및 DDR4-3200 메모리를 지원해 전력 효율과 대비해 성능비를 높였다.

인텔이 선보인 14세대 코어 노트북의 HX 라인업은 최대 8개의 성능 코어와 16개의 효율 코어를 장착한 인텔 코어 i9-14980HX를 최상위로 두고, 직전 세대와 비교해 17% 나아진 게이밍과 51%까지 향상된 다중 작업 성능을 제공한다. 특히 최대 5.8GHz의 동작 속도를 발휘하는 데, 게임에서 인텔 APO(인텔 앱 최적화)를 지원하면 게임 성능을 더 높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인텔 코어 U 프로세서 시리즈 1 제품은 고효율, 저전력 노트북으로 관심을 모았다. 인텔 코어 U 프로세서는 인텔의 저전력 프로세서 라인업이지만 최대 10코어에 5.4GHz 동작 속도를 지원해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특히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인텔 유니즌 소프트웨어를 지원, 노트북과 모바일의 연결성도 크게 끌어올렸다. 

중국 하이센스가 개막 전날 미디어데이를 개최하고, 자체 개발한 AI 화질 개선 엔진 칩셋인 'HI-VIEW'를 공개하고 있다. (출처=CES 2024 홈페이지)
중국 하이센스가 개막 전날 미디어데이를 개최하고, 자체 개발한 AI 화질 개선 엔진 칩셋인 'HI-VIEW'를 공개하고 있다. (출처=CES 2024 홈페이지)

◆중국 업체 북적인 CES…화웨이는 참석 안 해

CES 2024에 중국의 대표 기업인 화웨이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가전업체들과 중국의 전기차 기업인인 샤오펑이 참가해 관심을 모았다. 

이번 CES에서 TCL과 하이센스는 전시 준비 당시 보란 듯이 전시장을 오픈해 시선을 끌었다. 삼성전자·LG전자·소니 등이 검은 천으로 전시장을 가리고 준비를 진행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이 두 회사는 개막 전날 미디어 데이를 개최하고 TV 라인업 홍보에도 적극 나섰다. TCL은 미니 LED 패널 TV 기술력을 강조했는데, 전시관에 98형 퀀텀닷(QD)-미니 LED 12대로 이뤄진 대형 어트랙터와 QD-미니 LED 게이밍 모니터 존을 전시했다. 전시장에서 세계 최대 115형 QD-미니 LED 4K TV를 공개했으며, QD-미니 LED TV 가운데 세계 최초로 2만개 이상 로컬 디밍존도 구현했다. TCL 측은 TV 신제품에 AI 칩셋을 탑재해 선명도와 밝기를 크게 높였다고 강조했다. 

하이센스는 예고한 대로 1만니트 밝기의 110형 미니 LED TV 신제품(110UX)을 대대적으로 내세웠다. 특히 자체 개발한 '하이-뷰 엔진 X'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최근 AI로 화질을 후보정하는 기술이 핵심으로 떠오른 바 있다. 하이센스는 입구에 이 프로세서를 탑재한 110형 미니 LED TV 여러 대를 전시했다. 또 차량용 레이저 디스플레이도 전시해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하이센스 데이비드 골드 미국법인장은 "우리는 제품 제조에 필요한 모든 재료는 물론 구성품을 갖추고 있다"며 "이걸 해낼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대중 기술 수출 규제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각종 기초 부품부터 고성능 반도체까지 '중국산'을 쓰는 기술 자립을 실현하면 '공급망 고립'이라는 악재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국 PC 제조업체인 레노버는 AI 기능 활용에 최적화된 고성능 노트북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에는 인텔의 최신 중앙처리장치(CPU)와 함께 AI 소프트웨어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자체 칩이 탑재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키보드에 새롭게 추가한 AI 실행 버튼(코파일럿 키)이 적용되기도 했다. 이 키를 누르면 챗GPT를 활용한 MS의 AI챗봇인 코파일럿 서비스가 바로 실행된다.

중국 전기차 기업인 샤오펑의 자회사인 샤오펑후이톈은 2030년 상용화가 목표인 콘셉트카를 전시했다. 페라리를 닮은 수퍼카에 8개의 프로펠러 모터가 달린 콘셉트다. 

이외에 전자상거래와 소셜미디어 등 분야에서 바이트댄스 및 자회사인 틱톡과 알리바바닷컴 등이 부스를 차려 관람객들이 이어졌다. 

스마트홈과 라이프스타일 분야가 전시된 C홀 입구가 참관객들로 분주하다. (출처=CES 2024 홈페이지) 
스마트홈과 라이프스타일 분야가 전시된 C홀 입구가 참관객들로 분주하다. (출처=CES 2024 홈페이지) 

◆차량서 생성형 AI 시연 '주목'…아마존과 BMW '콜라보' 

모빌리티 기업들이 모인 웨스트홀 입구에 위치한 아마존 부스는 개막 첫날부터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다. 

부스 정중앙에 세워진 BMW 차량에서는 아마존과 BMW가 공동 개발한 차량용 AI가 시연됐다. 아마존의 생성한 AI인 '알렉사'를 BMW 차량에 특화한 AI다.

BMW는 아마존의 '알렉사 맞춤형 비서' 솔루션을 연내 'BMW 오퍼레이팅 시스템 9' 탑재된 차량에 적용할 계획이다. 해당 알렉사 솔루션은 아마존의 LLM에 BMW의 데이터를 넣어 차량·운행과 관련된 복잡한 질문도 척척 답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마존의 엔지니어는 "일반적인 질문에도 운전자와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구글은 CES를 통해 새로운 '안드로이드 오토'를 공개해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구글은 야외 부스에 안드로이드 오토 최신 버전을 이용자들이 시연할 수 있도록 포드의 '머스탱 마하E' 차량을 배치했다. 

최신 버전의 안드로이드 오토는 전기차에 최적화된 지도를 통해 충전소에 대한 포괄적 정보를 제공해준다. 효율적인 경로를 위해 도중에 갈 수 있는 충전소를 추천해주고 도착에 걸리는 시간까지 실시간으로 안내해 준다. 내 차의 현재 충전 상태를 파악하고 목적지에서의 충전 상태까지 예측해주는 것은 물론이다.

삼성전자 CES에 전시된 가상 반도체 팹.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CES에 전시된 가상 반도체 팹.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AI 겨냥한 차세대 반도체 공개…SK전시관 '힙플' 부상

삼성전자는 CES 2024에서 생성형 AI, 온디바이스 AI용 D램 등 AI 시대를 개척할 차세대 반도체 제품들을 대거 전시했다. 

삼성전자는 라스베이거스 앙코르 호텔 내 전시 공간에 가상 반도체 팹을 설치하고 ▲서버 ▲PC·그래픽 ▲모바일 ▲오토모티브 ▲라이프스타일 등 5대 응용처별로 공간을 꾸몄다. 

AI 시대를 겨냥한 클라우드용 솔루션 고대역폭메모리(HBM) 3E인 '샤인볼트'를 전시했는데, 이 제품은 HBM3 대비해 성능과 용량이 50% 이상 개선됐다. 또 고용량 라인업인 12나노급 32Gb DDR5 D램은 같은 패키지 크기에서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 없이도 128GB 고용량 모듈 구성에 성공했다. 실리콘관통전극(TSV)까지 사용한다면 최대 1TB D램 모듈을 구현할 수 있다. 

이 밖에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겨냥한 ▲8.5Gbps 'LPDDR5X D램 ▲LPDDR5X-PIM ▲LLW D램도 공개하며 시장 선점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SK그룹 통합전시관은 개막 3일 만에 누적 관람객 6만 명을 돌파하며 CES에서 힙 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이는 지난해 CES에서 SK 전시관을 찾은 3만여 명과 비교할 때 방문객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SK그룹은 AI, 탄소 감축 등 주제를 테마파크에서 즐길 수 있도록 AI 테마파크로 꾸렸고 '넷제로' 세상이 가져다줄 행복을 재미있고 쉽게 전달했다. 테마파크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긴 행렬이 계속 이어졌다. 

SK는 CES 2024 SK그룹 통합전시관을 찾은 누적 관람객이 개막 3일 차인 11일 기준 6만여 명에 달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사진제공=SK그룹)
SK는 CES 2024 SK그룹 통합전시관을 찾은 누적 관람객이 개막 3일 차인 11일 기준 6만여 명에 달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사진제공=SK그룹)

'K-스타트업 통합관'…91개사 참가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 등 26개 공공기관, 지자체, 대학 등이 참여해 운영하는 전시관인 'K-스타트업 통합관'에도 관람객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전시 기업 수는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깝게 늘어났다. 지난해 51곳에서 40곳이 늘어난 91개 사가 참여했다. 

최태원 회장은 특히 개막 이틀째인 10일(현지시간) 'K-스타트업 통합관'을 방문해 글로벌 무대에서 이미 선전하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들을 직접 만나 격려하고, 기술 체험과 함께 비전에 대한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딥비전스에 이어 라이프온코리아, 지크립토 부스를 방문했다. 최 회장은 부스를 둘러본 후 "새로운 테크놀로지, 새 벤처들이 계속 탄생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이를 펼쳐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대한민국 안에만 이런 벤처 기업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 활성화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올해 CES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최대 규모로 열렸다. 내년에 개최할 'CES 2025'에는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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