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4.01.16 15:06
차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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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우리은행은 현재 희망퇴직 신청자 중 퇴직자를 선별하고 있다. 당초 우리은행이 원했던 퇴직자는 1969년생으로 임금피크를 앞둔 직원들이다.

대상은 약 160명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 기본 퇴직금 외 특별퇴직금으로 31개월치를 더 얹혀줬다. 그러나 실제 희망퇴직을 신청한 인원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들 입장에선 퇴직을 신청하지 않고 1년을 더 근무해도 12개월치 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69년생은 내년부터 임금피크가 적용되기 때문에 계산 상 36개월 치 급여를 바란 셈이다.

1년 뒤 희망퇴직을 신청하게 되면 재취업지원금은 3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대폭 낮아지고 퇴직 후 재취업 기회도 사라진다. 늦게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만큼 위험 부담도 크지만 1969년생은 떠나는 것보다 남는 길을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반면 40대 직원들은 떠나는 길을 선택했다. 현재 우리은행의 희망퇴직 신청자 수는 340명으로 전해졌다. 만 54세 이상 직원보다 40대 직원이 더 많이 퇴직 신청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오히려 불안감 때문에 은행을 떠난다. 본인이 퇴직할 시점에 현재와 같은 특별퇴직금, 전직지원금, 퇴직 후 재취업 같은 제도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이미 은행권은 전년도보다 특별퇴직금 규모를 줄이고 있다. 점차 이와 같은 분위기는 정착돼 10년 뒤에는 기본퇴직금만 받고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다.

은행 내에서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크다. 우리은행은 오는 3월 11개 점포를 통폐합한다. 이달 29일에는 PB점포인 TC프리미엄 압구정센터와 잠실센터가 사라진다. 즉, 갈수록 지점장까지 올라갈 수 있는 길은 험난해져 중도에 다른 길을 찾고자 한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속도도 빠르게 진행돼 갈수록 일반 직원들이 설 자리도 없다. 우리은행은 최근 디지털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우리FIS 소속 직원 780여명을 이적시켰다. 지점은 사라지고 디지털 역량이 부족한 직원들의 퇴출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은행 안팎에선 이와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인사 적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은행의 관리자급 비중은 2022년 약 39%에 달한다. 매년 1%씩 증가하고 있어 실무자급 직원보다 관리자가 더 많아지는 추세다.

인사관리는 그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안정적인 인력 순환이 이뤄져야 백년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때문에 고령자에게는 퇴직 후 제2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빈자리를 신입 인력으로 수급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 우리은행 경영진으로부터 이에 대해 고민을 시도한 흔적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젊은 직원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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