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4.01.30 15:56

은행 H지수 ELS 3121억 손실…총 판매잔액 19조
은행권 ELS 판매중단 잇달아…금융당국 "종합검토"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길성주(왼쪽부터) 홍콩지수 ELS 피해자모임 위원장, 양정숙 의원,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가 홍콩H지수 연계 ELS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길성주(왼쪽부터) 홍콩지수 ELS 피해자모임 위원장, 양정숙 의원,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가 홍콩H지수 연계 ELS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홍콩H지수 연계 파생상품의 후폭풍이 거세다. 일부 은행은 ELS 상품을 급히 판매 중단하며 진화해 나섰지만, 피해자의 울분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키로 결정했다. 하나은행 비예금상품위원회는 현재 금융시장 현황 및 소비자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권고 사안을 수용해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에 이어 하나은행까지 ELS 판매 중단에 나서면서 다른 은행도 검토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의 경우 항생지수와 니케이지수가 들어간 상품은 판매를 중단했지만, 모든 ELS 상품까지 확대할지 고민 중이다.

지난해부터 홍콩H지수 ELS 상품을 판매 중단한 국민은행도 모든 ELS 상품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몸을 낮춘 이유는 민심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국회의원들은 ELS 판매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특히 야당 측 의원들은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을 팔아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감원 검사 중인데, 검사 결과를 분석한 뒤에 얘기하겠다"며 의원들 요구에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판매 중단만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4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상품의 손실액은 312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기준 홍콩H지수 ELS 총 판매잔액 19조3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계속 손실액은 불어날 전망이다.

피해자들은 원금 보장과 손실배상을 촉구했다. 

길성주 홍콩지수 ELS 피해자모임 위원장은 "우리는 은행권의 불법적이고 무책임한 ELS 상품의 불완전 판매로 인해 평생 피땀 흘려 모은 자금을 잃을 처지에 놓여 있다"며 "이러한 사태는 은행의 위법적이며 무책임하고 탐욕스러운 행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금융소비자로서 금소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ELS 판매 금융사가 심각하게 침해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금융소비자로서 권리를 되찾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홍콩H지수 ELS를 판매한 금융사로부터 원금 보장은 물론이고 손실에 대한 적절한 배상을 받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피해자들은 은행원들이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한 상품'이라고 속여 불완전판매가 아닌 사기라고 주장했다. 만약 사기죄가 성립될 경우 은행들은 원금을 모두 보상해야 한다.

길 위원장은 "ELS 상품은 초고위험 투자 상품임에도 피해자 모두 은행에서 판매한 상품이기에 안심하고 매수했다"며 "투자자들이나 매수하는 이런 위험한 파생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행위는 은행법 1조를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자는 직접 면담과 질문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특성을 파악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은행직원은 설문지나 태블릿 PC를 활용한 자기 기입방식으로 소비자 특성을 파악하고 있다"며 "은행은 ELS 판매 과정에서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복창해 응답하거나 기록할 것을 요구하며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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