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영은 기자
  • 입력 2024.02.09 13:01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8일 밤 9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활짝 웃으면서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8일 밤 9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활짝 웃으면서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조영은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손을 흔들며 ‘함박웃음’으로 귀국했다. 64년 만에 아시안컵을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호언장담이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밝은 얼굴로 귀국한 것이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8일 밤 9시 아시안컵을 마치고 카타르에서 귀국했다. 이날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는 300여 명의 팬이 몰려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성토를 쏟아냈다. 앞서 대표팀은 한국시간 7일 새벽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대 2로 완패했다. 

이번 아시안컵은 손흥민(토트넘) 등 유럽 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이 대거 포함하면서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황금 세대 전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우승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었지만 대표팀은 조별리그부터 고전을 거듭했고,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서는 유효슈팅 0개의 졸전을 펼쳤다.

이날 입국장에서 축구팬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이게 축구냐!”, “고 홈(Go home)”을 외쳤다. 일부 축구팬은 그를 향해 ‘엿’을 던지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입국장에서 취재진과의 스탠딩 인터뷰를 통해 “마지막 경기에서 유효슈팅이 하나도 없었다”라는 질문을 받자 “그 부분이 제일 실망스럽다”며 “요르단전 우린 충분한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특히 “(이)강인, (황)희찬, (손)흥민과 같은 우리의 공격진이 골로 이어질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며 “이게 바로 내가 경기 후 화가 났던 이유고 실망했던 이유”라고 패배의 원인을 주축 선수들에게 돌렸다. 전문 통역 직원은 “저희가 찬스를 전혀 만들지 못했습니다”라고 에둘러 통역했지만, 클린스만은 세 선수의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

반면, 대표팀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감싸기 바빴다. 황희찬은 요르단전이 끝난 후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더 잘 준비하고 몸 관리를 잘해서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며 “중요한 순간에 도움이 되지 못해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 크다”라며 클린스만 감독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강인 역시 “선수나 감독님을 질타할 시기가 아닌 것 같다”며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축구가 더 발전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갈지 생각해야 한다”며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비난을 멈춰달라고 부탁했다.

손흥민이 호주와의 아시안컵 8강전에서 1대 1로 맞선 연장 전반에 역전골을 넣은 뒤 황희찬과 함께 포효하고 있다. (출처=대한축구협회 인스타그램)
손흥민이 호주와의 아시안컵 8강전에서 1대 1로 맞선 연장 전반에 역전골을 넣은 뒤 황희찬과 함께 포효하고 있다. (출처=대한축구협회 인스타그램)

앞서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전이 끝난 후 현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계속 대표팀을 이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는 질문에 “나이스 퀘스천(좋은 질문)”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저도 여러분만큼 이번 대회 우승을 너무 하고 싶었지만 준결승전에선 요르단이 훨씬 더 좋은 팀이었다”며 “준결승까지 진출한 것을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성장했고 북중미 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다”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3월 태국과의 2연전을 비롯해 앞으로 준비할 것들에 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말해 정 회장에게 2026 북중미 월드컵 진두지휘를 약속받았음을 암시했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잦은 해외 일정에 근무태만 및 외유성이라는 비판에도 곧장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그는 “다음 주 (미국 집으로) 출국해 휴식을 취한 뒤 (유럽으로 가서) 이강인과 손흥민, 김민재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볼 예정”이라며 “지적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저의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잦은 재택근무와 해외 출국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대표팀 감독 재임 시절(2004~2006년)에도 자주 미국으로 떠나 근무태만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코치를 맡았던 요하임 뢰브가 전술을 도맡아 짰다는 소문이 만연했다.

특히 그는 2019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독일 분데스리가 헤르타 감독직을 맡아 3개월 만에 페이스북 라이브로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독일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공식적인 기자회견이나 협의 없이 SNS로 사임을 선언하고 출근하지 않은 초유의 사태다. 이후 독일 축구계가 그를 ‘블랙리스트’로 등재시켰다는 소문이 돌았고, 실제 3년여 동안 아무 곳에서도 불러주지 않았다. 지난해 2월 27일 대한축구협회는 클린스만에게 손을 내밀며 그의 경력을 연장시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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