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조영은 기자]우리나라 축구국가대표팀 수장인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라는 ‘국민동의청원’이 올라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관련 게시물이 삭제됐다. 청원서 작성자는 국민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게시물을 자진 삭제한 것으로 추정된다. 

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경 한 축구팬은 ‘역대급 황금세대로 구성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뻥 축구’, ‘해줘 축구’, ‘방관 축구’로 아시아를 놀라게 한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에 관한 청원’이란 제목의 청원서를 게재했다. 다만, 이 게시물은 현재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고 있다.

작성자는 ‘붉은악마’ 회원이자 대한축구협회 소속 심판이라고 밝혔다. 그는 청원 취지로 우리나라가 아시안컵 6경기에서 11득점 10실점한 기록을 언급하면서 “최악의 경기력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게 만든 장본인인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강력히 청원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2월 말 정식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은 5경기에서 3무 2패를 거두며 첫 단추를 불안하게 끼웠다. 하지만, 9월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를 시작으로 평가전 6연승을 달렸다. 일각에서는 평가전 대다수가 우리보다 피파랭킹이 한참 낮은 약체 국가를 상대로 했다며 클린스만 감독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부정적 시각이 여전했다.

이후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을 반드시 우승하겠다며 “모든 것은 결과로 판단해달라”고 호언장담했다. 아시안컵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낸다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결전 태세였지만, 요르단전 패배 이후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퇴를 일축하며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입국 인터뷰에서는 요르단전 패배를 주축 선수 탓으로 돌리자 축구팬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작성자는 꾸준히 논란이 된 클린스만 감독의 외유성 해외 출국과 재택근무도 언급했다. 앞서 클린스만 감독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해당 논란에 대해 알고 있지만 바꿀 뜻이 없다고 단언하며 다음 주 미국으로 건너가 휴식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작성자는 “이렇게 허망하게 한참 아래 수준의 국가들과 졸전을 거듭하며 탈락하리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다”며 “아시안컵 우승을 공언하고 결과로 평가해달라고 했기 때문에 당연히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경질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어 작성자는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 탓을 한다”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 2023 트로페 데 샹피옹(프랑스 슈퍼컵) 결승전 최우수선수(MOM)에 빛나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 센터백 김민재 등 말 그대로 유럽 명문 팀 선발 자원으로 구성된 황금세대를 다듬어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게 감독의 몫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 기사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 경질에 대한 위약금이 68억원이라는데, 그를 선임한 대한축구협회에서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며 “클린스만호로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도 불안하고, 본선에 진출한다고 해도 무색무취의 전술과 경기력 때문에 기대감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공개일로부터 30일 안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심사에서 채택되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본 게시물은 내려갔지만 전 국민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비슷한 내용의 다른 게시물이 등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서 검색 버튼을 누르면 인기 검색어로 ‘축구’, ‘축협’, ‘감독’, ‘국가대표’ 등이 올라와 축구팬 다수가 국민청원사이트를 방문해 관련 게시물을 찾은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