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종훈 기자
  • 입력 2024.02.24 08:00

안성훈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 안성훈. (사진제공=법승)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 안성훈. (사진제공=법승)

우리가 흔히 만나는 규제의 모습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우선 가정을 한 번 해봅시다. 

좋은 사업 아이템을 찾아서 희망에 부푼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사무실 마련도 있을 것이고 유통방법의 모색도 있을 것입니다. 

그 전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먼저 전화를 해봐야 할 것입니다. 

해당 사업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지, 또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자 이제, 우여곡절 끝에 담당 공무원을 찾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은 "아직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경우가 태반일 것입니다. 

이는 어떤 의미일까요.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없다는 것인지 헷갈립니다. 

반대로 관련 규정이 있어서 일을 추진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역시 이번에도 쉽게 넘어가지를 못합니다. 관련된 규정이 너무나 많고, 복잡해서입니다. 답답함이 극에 달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고 있는 규제의 모습입니다. 정말 쉬운 일이 하나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이상한 일이지요. 관련 규정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국가가 국민에 뭘 못하게 하려면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법률에 근거가 없으니 못한다'라는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규제는 그 속성 상, 한 번 만들어지면 없어지기 힘들고 오히려 더욱 촘촘해지고 강화되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규제는 산업 발전에 굉장한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규제는 세상의 변화와 단절되어 독자적이고 폐쇄적인 유기체를 이루게 됩니다. 

이를 다른 세상과 단절되어 그 섬만의 생태계를 이뤘던 갈라파고스 제도와 같다고 하여 '규제 갈라파고스'라고 부릅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된 게 바로 '규제 샌드박스'입니다.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모래 놀이터와 같다는 의미에서 샌드박스라는 명칭이 붙습니다. 

특별법 등의 제정을 통해 개별법령의 개정 없이도 사업자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시범사업, 임시 허가 등으로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 빠른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하고 사후 규제하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규제 샌드박스는 지난 2019년부터 시작이 된 것이어서 도입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벌써 1000건이 넘는 과제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사례, 각종 플랫폼 사업, 반려동물 관련 사업이 많이 보입니다. 

규제 샌드박스에 대해서 너무 조건들이 많아 실제로 사업 추진이 어렵다거나 하는 볼멘소리도 나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규제에 대한 관점의 전향적인 전환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방위적인 규제의 덫의 어디에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사업을 하시려던 지 간에 반드시 사전 검토를 거쳐야 합니다. 

마음이 앞서 훌쩍 앞으로 뛰어나갔다가 뭇매만 맞고 사라지는 선도적인 사업자들도 허다합니다. 

아이디어만 빼앗기고 남들한테 규제를 회피하는 사업의 기회를 줘버리는 꼴이 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러니 똑똑해지시기를 바랍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안전하게 앞서 나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길을 도울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 상담하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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