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2.28 21:29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메타 코리아 본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메타 코리아 본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10년 만에 방한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저녁 만찬을 가졌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에서 저커버그 CEO와 부인 프리실라 챈을 만나 저녁 식사를 같이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자리에는 이 회장과 저커버그 부부 등 3명이 참석했으며 다른 배석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탄 제네시스 차량이 5시 40분경 먼저 승지원에 들어섰고 6시 17분경 저커버그 CEO가 탄 스타리아가 도착했다. 

승지원은 현재 이 회장이 국내외 주요 인사를 만날 때 주로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영빈관 격으로 이건희 선대회장이 1987년 고 이병철 창업회장의 거처를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활용헀다. 

두 사람은 이날 저녁 회동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사업은 물론 확장현실(XR) 사업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최근 인간 지능에 가깝거나 이를 능가하는 범용인공지능(AGI)을 자체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전 세계 2위 업체인 만큼 메타가 개발 중인 차세대 언어모델(LLM) '라마3' 구동에 필요한 AI 칩을 생산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메타는 지난해 5월 이미 'MTIA'라는 자체 칩을 공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2세대 칩을 연내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탑승한 차량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저녁 만찬을 하기 위해 2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탑승한 차량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저녁 만찬을 하기 위해 2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또 삼성전자는 최근 AGI 전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AGI 반도체 개발 조직 'AGI 컴퓨팅랩'을 신설한 바 있어, 양사가 동반 협력하게 되면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1위인 대만 TSMC와 시장점유율 차이가 점점 더 커지는 등 고전하고 있어 글로벌 기업과 협력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는 미국 하버드대 동문이기도 해 특별한 인연이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때 저커버그 CEO가 이 회장에게 추모 이메일을 보냈을 정도로 개인적인 친분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2014년 10월 방한 때 이재용 당시 부회장과 만찬을 가졌고 삼성전자 수원 본사 및 화성 캠퍼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또 그 이전인 2013년 6월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해 이 부회장과 7시간에 걸쳐 만남을 갖기도 했다.  양사는 이후 가상현실(VR) 헤드셋 '기어 VR'을 공동 출시한 바 있다. 

한편, 저커버그 CEO는 이날 오전에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조주완 LG전자 사장을 만나 XR 및 AI 동맹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주완 사장은 "저커버그 CEO와 만남에서 그동안 협업해온 MR 디바이스, 메타의 초대형 언어모델 '라마'를 어떻게 AI 디바이스에서 잘 구현할 수 있을지 등 두 가지 주제를 놓고 대화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저커버그 CEO는 이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의 메타코리아로 이동해 국내 국내 AI·XR 스타트업 대표, 개발자 등과 만남을 가졌다. 

저커버그와 비공개 면담을 진행한 곳은 국내 유명 AI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와 XR 관련 스타트업 등 5곳 이상으로 전해지고 있다. 

스타트업과 면담 시간이 1시간을 넘지는 않았지만, 저커버그 CEO는 분 단위로 일정을 처리하는 편이라 오히려 스타트업들을 배려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자체 LLM '솔라'가 국내에서 '라마'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라마3가 출시되면 빨리 써보고 미세 조정해 특화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도 인스타그램 크리에이터 미팅을 위해 메타코리아에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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