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3.16 14:00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사진제공=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60억달러(약 8조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면서 현재 진행 중인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에 더 속도가 날 전망이다. 8조원의 보조금 규모는 삼성전자가 기존에 발표한 미국 투자 규모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추가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향후 전략이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법으로 미국 정부에게 지급받는 60억달러는 대만 TSMC가 받는 보조금 50억달러(약 6조5800억원)보다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 더 많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인텔에 제공하려는 보조금 규모가 527억달러(약 76조원)라는 점에서 '자국 기업과 타국 기업 간 차별'이라는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73억달러를 투자해 짓고 있는 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인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을 연내 완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장을 해외에 건설하는 것은 텍사스 오스틴시 공장에 이어 테일러시가 두 번째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미국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출처=경계현 인스타그램)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미국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출처=경계현 인스타그램)

◆더딘 테일러 공장 건설…속도 높일 계기될까

삼성전자는 향후 완공될 테일러 공장에서 5G, HPC, AI 등 다양한 분야의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특히 첨단 반도체 공정인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큰 관심을 모은다. 

2022년 상반기 착공한 테일러 공장은 지난해 말 기준 공사 진행률 59.7%를 기록 중이다. 예상보다 더딘 상황이다.

테일러 공장 완공이 지연되는 것은 공사비가 크게 오른 것이 영향을 줬다. 적기에 공장을 준공하는 데 비용 부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품 양산 시점이 내년으로 밀렸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60억달러의 보조금을 받게 되면 공장 건설에 많은 금액을 쏟아부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건설 지연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다. 

이번 미국 정부의 보조금 결정은 삼성전자가 추가 투자를 하는 것을 전제로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미국 정부는 자국의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이 중국 생산 능력을 5% 이상 증설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달게 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2월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메타 코리아 본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2월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메타 코리아 본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IT 업계의 'AI 광풍'…삼성의 미국 내 추가 투자로 연결되나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와 반도체 분야 추가 투자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예상보다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도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을 고려해 책정했다는 시각이다. 

이번 보조금 산정에는 미국 내 건설 비용이 증가하면서 삼성전자가 테일러 공장을 짓는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난 점과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와 파운드리 업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는 점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주에 투자를 추진했던 2021년과 달리 AI가 업계 최대 화두로 부상한 만큼, 삼성전자가 이와 관련된 추가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미 반도체 시장은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유명 IT 기업들이 생성형 AI 개발에 뛰어들면서 수요가 폭증한 게 원인이다. 특히 생성형 AI 개발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엔비디아에서 칩을 구입하는 대신 AI 칩을 직접 개발하기 원하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의 행보도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AI 반도체 협력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미국 AI 칩 분야의 스타트업인 그로크로부터 차세대 AI 칩을 수주해 미국 시장에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로크의 AI 칩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4나노 공정 중에서 HPC 제품을 타깃으로 하는 'SF4X'를 적용해 개발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 수율은 최근 경쟁사와 맞먹는 수준까지 발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 수율이 70%대까지 높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