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3.16 08:00

조기 인하 기대감 사라져…한은 금리, 하반기에나 내려갈 듯

미국 연방준비제도 본부 전경. (출처=연준 홈페이지)
미국 연방준비제도 본부 전경. (출처=연준 홈페이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다음 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를 결정한다. 지난해 말 제기됐던 3월 조기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시간으로 오는 21일 새벽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시장은 이날 연준이 정책금리를 현재의 5.25~5.50%로 유지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연준 금리는 지난해 7월 5.25%에서 5.50%로 인상된 뒤 9월과 11월, 12월, 올해 2월까지 연속 동결 중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15일 기준 3월 FOMC 동결 확률은 무려 99.9%에 달한다. 5월 FOMC에서의 동결 확률도 93.0%로 압도적이다. 6월에서야 인하 확률(61.3%)이 동결을 앞서게 된다. 미국의 물가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면서 연준이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을 얻지 못하자 시장의 이른 인하 기대는 완전히 사라졌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직 물가가 2% 수준으로 하락한다는 확신이 없는 상황인만큼 3월에도 금리 동결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 둔화 기조를 확인하고 있다는 연준 위원들의 발언을 볼 때 이전보다 금리 인하폭 전망을 축소할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 연내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지표에 달려있다는 단서를 달면서 여전히 불확실성을 남겨두며 매파적인 성향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 관심은 연준 성장률 전망치가 '2%를 상회할 것'인지가 됐다. 올해 성장률이 2%를 넘긴다면 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는 있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본격적인 금리 인하는 올해가 아니라 내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며 "연준이 성장률 전망을 2%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다면 3번의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연준 점도표도 축소해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연준의 금리 동결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 3.50%인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7월에나 조정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역대 최대인 2.0%포인트로 벌어져 있는 만큼 한은이 선제 인하에 나서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6월 FOMC 다음 열리는 가장 빠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7월 11일로 예정돼 있다.

한미 금리 격차도 문제지만 미국처럼 우리도 물가 안정을 달성하지 못했다. 2월 물가 상승률이 한 달 만에 3%대로 반등한 가운데 사과 도매가격은 1년 사이 두 배 넘게 오르며 10㎏당 9만원을 돌파하는 등 먹거리 물가 불안이 지속 관찰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동정세 불안 등에 따라 국내외 유류 가격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정부는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6월 말로 두 달 추가 연장하기로 하는 등 우리도 물가 안정을 당장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한은도 시장의 인하 기대를 지속 차단하고 있다.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주재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상반기 내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금통위원들이 금리 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로 본다"며 "상반기가 지난 뒤 인하 여부는 5월 경제전망이 다시 나오면, 그 숫자를 보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의 경기 흐름이 이어진다면 빨라야 7월에나 인하가 시작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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