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4.03.18 11:3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크렘린궁 홈페이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크렘린궁 홈페이지)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러시아 국민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나라를 6년 더 맡겼다. 법과 질서를 회복하고 경제도 호전시켜 러시아를 다시 대국으로 부활할 희망을 보여줬으니 표를 몰아줬다는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한 이후 푸틴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정서가 강화된 것도 대선 압승에 힘을 보탰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종료된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이 개표 95% 기준으로 87.32%를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고 득표율이다. 총투표율은 74%대다. 이 역시 역대 최고치다.  

서방이 기대했던 시나리오는 실현되지 않았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하자 서방은 고강도 경제 제재를 가하면 그의 통치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봤다. 특히 지난해 6월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전차를 끌고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하는 무장 반란을 일으켰을 때는 푸틴의 철옹성 같은 통제력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갑자기 사망하면서 조성된 추모 분위기가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푸틴은 보란 듯이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집권 5기' 시대를 열었다. 

푸틴에 대한 국민들의 견고한 지지는 적어도 국내에선 "그래도 러시아에 이만한 지도자가 없다"는 평가 때문이다. 소련은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 정책에도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1991년 붕괴했다. 러시아 초대 대통령 보리스 옐친은 모라토리엄(지급유예) 선언 등으로 러시아 위상을 추락시켰다. 

푸틴은 2000년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강한 러시아' 정책을 펼쳤다. 고유가 시대에 힘입어 러시아 경제를 끌어올린 푸틴은 석유·가스·식량 등 풍부한 자원을 무기로 세계 경제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서방이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러시아 경제는 예상보다 잘 버티고 있다 

소련 붕괴 트라우마가 없는 젊은 층도 경제적 안정과 질서를 우선하는 분위기다. 권위주의적 통치라고 비판하지만 푸틴의 '공(功)'이 '과(過)'보다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으로도 푸틴의 정치적 입지는 탄탄하다. 정부에 비판적인 독립언론과 서방 주요 소셜미디어의 접속은 차단됐고, 특별군사작전을 비판하면 처벌받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점차 전시라는 현실에 무뎌지고 무관심해지고 있다.

반정부 여론을 결집할 지도자도 마땅치 않다. 나발니는 사망했고, 부인이 남편의 뜻을 잇겠다고 선언했지만, 해외에 있어 러시아 내부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기엔 역부족이다. 다른 반정부 인사들도 대부분 해외에 망명 중이다. .

서방은 일제히 이번 대선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 선거는 명백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대러 최전선 국가인 폴란드는 "투표는 (러시아) 사회를 극도로 억압한 채 치러졌고, 이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택을 불가능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 볼리비아 등 친푸틴 진영은 푸틴의 압승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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