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3.21 17:47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이 공개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친필 사인. (출처=한진만 링크드인)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이 공개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친필 사인. (출처=한진만 링크드인)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4' 행사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 친필로 '승인(approved)' 사인을 남겨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엔비디아 인공지능(AI) 가속기에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탑재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미주총괄(DSA) 한진만 부사장은 황 CEO의 GTC 2024 삼성전자 부스 방문을 알렸다.

한 부사장은 자신의 SNS에 “젠슨 황, 만나지 못해 아쉽고, 우리 부스에 들러줘서 고맙다”며 삼성 HBM3E 12단 실물 제품에 젠슨 황이 직접 사인한 사진을 게재했다. 그는 또한 "삼성의 HBM3E에 승인 도장을 찍어줘 기쁘게 생각한다”며 “삼성 반도체와 엔비디아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날 황 CEO는 부스를 둘러보고 HBM3E 12단 제품에 대해 금색 펜으로 친필 사인을 한 뒤, 삼성전자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황 CEO가 삼성전자 HBM3E에 친필 사인을 남긴 것은 그냥 사인을 남긴 걸로만 봐주셨으면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황 CEO가 남긴 '젠슨 승인(JENSEN APPROVED)'의 의미는 사실상 '퀄 테스트 통과'라는 의미로 읽힌다. 퀄 테스트는 고객사가 제품의 신뢰성을 시험해 통과 여부를 가리는 반도체 공급의 최종 과정을 뜻한다. 기술팀에서 문서에 ‘승인’ 사인을 하는 게 일반적인데, CEO가 제품에 직접 사인을 남겼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삼성전자의 HBM3E는 1024개의 입출력 통로에서 초당 최대 1280GB의 대역폭과 현존 최대 용량인 36GB를 제공하는 제품으로, 이미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3E를 상반기 중 양산할 계획"이라며 "정확한 양산 시기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 CEO의 방문은 GTC 2024 글로벌 미디어 행사에서 “우리는 지금 삼성전자의 HBM3E를 테스트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발언한 직후여서 더 큰 관심이 쏠린다. 

관련 업계에서는 황 CEO가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은 삼성전자 HBM3E의 납품을 결정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행동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가 AI 가속기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 제품만으로는 물량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양사 간 경쟁을 통해 납품 단가 결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하는 셈법도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과거 한때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황 CEO의 행보가 입증하듯, 최근 엔비디아와의 관계가 해빙 분위기를 보이면서 삼성전자는 떠오르는 HBM 시장에서 가장 큰 우군을 확보하게 됐다. 

한편 SK하이닉스도 이번 행사에서 부스를 꾸려 HBM3E 12단(36GB) 샘플을 전시했다. 또한 메모리 업체 중 세계 최초로 5세대 제품인 8단 HBM3E 24GB D램을 엔비디아에 납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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