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3.25 16:09
지난해 4월 폐점한 이마트 성수동 본점 전경. (사진제공=이마트)
지난해 4월 폐점한 이마트 성수동 본점 전경. (사진제공=이마트)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국내 오프라인 유통의 대표주자인 이마트가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창립 이래 전사적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대형마트의 전반적 업황 부진을 간접 투영하고 있다.

25일 이마트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 희망퇴직 신청 공고를 게시했다. 신청 대상은 ‘밴드1(수석부장)’부터 ‘밴드3(과장)’까지며, 근속 15년 이상인 임직원이다. 입사일 기준으로는 2009년 3월 1일 이전 입사자를 대상으로 한다.

희망퇴직 신청 기간은 이날부터 다음 달 12일까지다. 이들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 월 기본급의 40개월치이자 월 급여의 24개월치인 특별퇴직금, 생활지원금 2500만원, 직급별 1000만~3000만원 수준의 전직지원금이 차등 지급된다.

이마트는 수년 동안 이어진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에게는 합당한 보상과 함께 새로운 출발에 대한 최선의 지원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CEO 메시지를 통해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번 조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다음 달과 오는 5월 천안 펜타포트점과 서울 상봉점을 각각 폐점할 예정이다. 폐점과 함께 해당 점포에 근무하던 임직원을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었다. 이번 희망퇴직은 점포별이 아닌, 전사적 차원으로 확대 조치한 것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9조4722억원으로 전년보다 0.5%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469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영업손실의 주된 요인에는 계열사 신세계건설의 실적 부진이 작용한다. 신세계건설의 공사 원가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실적 부진, 예상되는 미래 손실의 선반영 등으로 전년보다 1757억원이 늘어난 187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앞서 이마트 측은 지난해 실적 발표와 함께 “올해 온라인 자회사들의 비효율을 걷어내고 수익 구조를 안정화해 고객 가치 실현과 고객 경험 확장에 투자할 방침”이라며 “오프라인 3사 통합 시너지와 온라인 사업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고 있어 올해 사상 첫 연 매출 30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마트 용산점에서 임직원이 봄나물 매대에서 상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마트)
이마트 용산점에서 임직원이 봄나물 매대에서 상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마트)

이러한 배경을 고려할 때 이번 전사적 희망퇴직은 사업 수익성 개선만으로 재무건전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인력 감축으로 인한 고정비용 지출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희망퇴직에 따른 인건비 지출이 수천억원대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 직원 수는 2019년 2만5779명(급여 총액 9515억원)에서 2022년 2만3844명(1조903억원), 지난해 2만2744명(1조1174억원)으로 파악된다. 매년 직원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급여 총액은 늘어나고 있다.

업계 한편에서는 이마트의 희망퇴직 단행을 예정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롯데마트는 세 번째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바 있다. 전 직급별 10년 차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27개월 치 급여와 직급에 따른 재취업 지원금 2000만∼500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또 다른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는 아직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았지만,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지난해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합산 직원 수는 5만2728명으로 전년 대비 2516명(4.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마트가 1100명으로 규모가 가장 컸고, 이어 롯데마트 789명, 홈플러스 62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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