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4.03.29 16:24

이사회 열고 금감원 자율조정기준안 수용
평균 배상 비율 40% 전망…투자자 울분

29일 여의도 KB금융지주 신관 앞에서 열린 '홍콩 ELS 피해자 대규모 규탄 집회'를 찾은 참가자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인턴기자)
29일 여의도 KB금융지주 신관 앞에서 열린 '홍콩 ELS 피해자 대규모 규탄 집회'를 찾은 참가자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인턴기자)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29일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배상을 결정했다. 이로써 홍콩 ELS를 판매한 6개 은행 모두 4월부터 손실을 본 투자자와 개별 협의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배상비율 평균 40~50% 예상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농협·우리·SC제일은행은 모두 외부전문가가 참여한 자율조정협의회를 가동할 예정이다.

이는 투자자별 판매 과정에서 사실관계와 개별 요소를 면밀히 파악해 배상금액을 산정하기 위해서다.

일단 금융감독원은 모든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 사항이 발견됐다는 근거로 최소 20~30% 기본 배상비율을 적용하고 추가로 내부통제부실 명목인 10%를 가산토록 권고했다.

여기에 고객 가입 목적, 나이, 은행 자료 유지 및 관리 미흡 등에 따라 최대 45%의 가산항목과 투자경험, 매입 및 수익규모, 금융상품 이해 능력 등에 따른 45% 차감 항목을 적용할 수 있다.

일단 은행권은 상품 가입 당시 녹취를 근거로 차감 항목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평균 배상비율은 40~50% 수준으로 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국민은행은 손실이 확정된 2021년 1~7월 판매분을 중심으로 손실·배상 규모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배상비율 40%를 적용할 경우 국민은행이 상반기 내 지급할 배상액은 약 99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3년 순이익 대비 약 33%에 달하는 규모다.

◆수천억 손실에도 올해 실적 방어 올인

시중은행이 홍콩 ELS에 대한 배상을 빠르게 결정한 이유는 실적을 방어하기 위해서란 해석도 있다.

배상 시기는 4월이지만, 3월 이사회 의결을 마쳐야 ELS 배상 규모를 1분기에 반영할 수 있다. 또 배상액 추정치를 최대한 반영해야 나중에 가감할 수 있어 하반기로 넘어갈수록 손익이 늘어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실제 홍콩 ELS는 2021년 판매가 급증해 올해 1·2분기 대거 만기가 돌아온다. 현재 홍콩 H지수는 5810.79포인트로 2분기 판매분까지는 손실이 확정됐지만, 3분기 이후 만기 되는 ELS는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ELS 배상과 관련해 매달 손실 규모를 정하고 투자자를 만나는 것보다 한 번에 손실을 인식하고 투자자와 협의하는 게 은행 입장에선 효율적이란 판단”이라며 “1분기 실적은 충당부채로 반영해 향후 ELS 손실 규모가 줄어들수록 반대로 손익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당부채는 지출 시기와 금액이 불확실한 부채를 말한다. 실적에선 영업외 비용으로 인식돼 당장은 실적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지난해 경기대응완충자본으로 대거 충당금을 적립한 바 있다. 올해는 이에 대한 충당금 규모를 줄여 ELS에 대한 배상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29일 여의도 KB금융지주 신관 앞에서 열린 '홍콩 ELS 피해자 대규모 규탄 집회'를 찾은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인턴기자)
29일 여의도 KB금융지주 신관 앞에서 열린 '홍콩 ELS 피해자 대규모 규탄 집회'를 찾은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박성민 인턴기자)

◆관건은 투자자와 협약…DLF 자율조정 마무리도 1년 반 소요

은행들이 4월부터 ELS 배상에 돌입해도 이번 사태가 연내 마무리될지 미지수다.

일단 투자자별 사안을 감안해 개별 배상비율이 정해지는 만큼 투자자들이 이를 수용해야 모든 게 해결된다. 결국 은행이 투자자 모두와 만나 협상해야 하는데 과거 사모펀드 때보다 손실을 본 투자자가 많은 상황이다.

손실 규모가 가장 적은 우리은행의 판매 규모는 415억원이지만 손실을 본 고객은 450명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2020년 사모펀드인 DLF 손실 배상에 나선 바 있다. 당시 피해 고객은 약 1300명으로, 자율배상을 최종 마무리하기까지 약 1년 6개월 정도 소요됐다.

홍콩 ELS의 경우 각 은행의 피해고객이 1만명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배상금 지급 완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ELS 가입 고객도 은행이 정한 배상 비율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29일 홍콩 ELS 피해자 모임은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집회를 열며 100%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미 금감원이 분쟁조정 기준안을 권고했기 때문에 시중은행은 그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투자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소송으로 해결해야 되는데, 배상금을 받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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