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3.30 09:41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의대 교수들이 주 52시간 진료 준수에 속속 동참하면서 의료 공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은 4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29일 오후 온라인으로 총회를 개최하고 진료 축소, 사직서 제출 등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전의비는 다음 달 첫째 주부터 교수들의 최소한의 휴게시간 확보를 위해 24시간 연속 근무 후, 다음  주간 근무에 쉬는 원칙을 지키도록 권고했다. 중증 및 응급환자 진료를 제외한 외래 및 수술은 대학별로 조정하기로 했다.

앞서 전의비는 지난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하고,  행동에 나서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최근 전공의 수련병원 병원장들에게 근로 시간 주 52시간을 준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전의교협은 다음 달부터 단계적인 외래진료 축소를 계획 중이다. 

병원 중 진료 축소에 동참하는 곳들도 늘어나고 있다. 충북대병원·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8일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다음 달 5일부터 매주 금요일 개별적으로 외래 진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는 의료진의 고갈된 체력을 보충하고, 체력 소진으로 인한 의료 사고를 막기 위해 취하는 부득이한 조치"라며 "다만, 중증·응급 환자에 대한 진료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충남대병원도 지난 25일과 28일 회의를 개최하고 진료과별 축소와 관련된 세부 방안을 논의했다. 충남대병원 일부 과에서는 이미 주당 40~52시간의 단축 진료를 진행 중이다. 

전북대 의대 및 전북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29일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한계에 도달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환자의 건강과 안전도 지킬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진료를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아대 의대 교수협의회도 이날 의견문을 통해 "과로로 쓰러지지 않도록 의대 교수의 장시간 근무를 방치하지 말고 조치해야 한다"며 "모든 직장에서 과로를 금지하고 있고 과로를 시키면 사업주는 처벌받는다. 다만, 의료계만 이를 실제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및 진료 축소는 다음 주를 기점으로 더 거세질 전망이다. 오는 31일 대한의사협회가 16개 시도의사회 대표자 회의를 열고, 집단행동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집단행동에 참여하는 교수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내과 교수는 "수술 건수와 신규 환자 수가 줄었다고 하지만 경증보다 중증, 응급 환자 위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의료진 소진이 큰 게 사실"라며 "필수의료과 교수들은 밤샘 당직을 이틀에 한 번 씩 서 진료를 하다 쓰러질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주는 수술은 집단행동 전보다 50%가량 유지되고 있다. 또 외래진료도 60~70% 진행되고 있다. 전날 의대 교수들이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해 아직 진료, 수술에는 영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주 초 상황이 중요하다"며 "다음주에는 외래진료 변경 등 요청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정형외과 교수는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는 이상 의료진의 체력 소진은 시간 문제"라며 "사직서를 제출하는 교수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한 달 째 이어진 당직근무로 몸과 마음이 지친 것도 있지만,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협상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태도 변화를 바라며 진료 축소에 동참하는 교수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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