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10.02 08:47

[뉴스웍스=김벼리기자] 4차 산업혁명이라는 ‘역대급’ 지진이 인류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분명 인간의 이성, 상상력 등이 그 진원에 똬리를 틀고 있음에도 막상 지반의 뒤틀림 위에서 우리는 혼란스럽다. 도대체 4차 산업혁명은 축복인가 재앙인가.

한편에서는 인간의 노동력이 로봇 등에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체불가능한 능력을 지닌 극소수와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긴 대다수 사이의 갈등으로 사회는 파탄에 이른다. 낙관론도 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30년대에는 나노로봇을 뇌의 모세혈관에 이식한 인간의 신피질에 클라우드를 연결해 1~2초 안에 1만여 개의 컴퓨터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야흐로 ‘신인류’의 탄생이다.

그런데 비관·낙관론 할 것 없이 일관적으로 중요하게 언급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교육이다. 전자의 경우 ‘대체불가능한 능력’을 키움으로써 로봇과의 변별점을 둘 수 있는 교육, 후자의 경우 ‘신인류의 도래’라는 새로운 국면을 효과적으로 맞이할 수 있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 문·이과 융합, 평생교육 시스템…“인간 본질로 돌아가는 교육 필요”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량실업·경제적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라며 정부 및 기업에 장·단기적인 교육, 고용정책 혁신을 주문했다. 그중 교육 관련 내용은 장기적 방안에 담겨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교육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 특히 문과와 이과를 분리하는 현행 제도를 중단해야 한다. 인문과 과학기술을 융합한 교육이 미래 세대에 필요하다.

또한 평생교육을 정착시켜야한다. 젊었을 때 학교에서 배운 지식으로 평생 먹고사는 시대는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는 일평생 새로운 기술, 지식을 습득하는 사람만이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 연구소 소장은 앞으로 15년 안에 인간은 직업을 평생 4번 이상 바꾸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렇게 변화하는 교육을 통해 인간으로부터 극대화해야 하는 잠재력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WEF의 창립자이자 경제학자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저서 '제4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에서 교육이 극대화해야 할 인간의 네 가지 능력을 제시한 바 있다. 상황 맥락(contextual) 지능, 정서(emotional) 지능, 영감(inspired) 지능, 신체(physical) 지능이 그렇다.

별 것 아닌 듯 보이지만 슈밥이 이를 강조한 이유 자체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익숙한, 그러나 인간만의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는 본질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이를 언급하면서 그는 마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인용한다. "미래는 우리 안에서 변화하기 위해 훨씬 전부터 우리 내부에 들어와 있다."

◆ “4차 산업혁명, 인간에 독? 약?…모두 교육에 달려있어”

이미 선진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교육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수학, 과학, 소프트웨어 교육에 과감한 투자를 하며 사회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의 연방정부 및 주정부는 과학·기술·공학·수학, 소위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미래를 위한 최고의 투자는 교육분야다. 'STEM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은 개정된 교육과정에서 코딩교육을 필수화했으며 독일은 자연과학 전문인력 양성정책을 강화하면서 ‘MINT(Mathematik, Informatik, Naturwissenschaften, Technik)’ 교육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문·이과 융합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교육개혁 사례도 있다.

일본 가나자와공업(金澤工業)대학은 공대임에도 인문학을 강조한다. “기술만 가르쳐선 창의력이 죽는다”며 공대생에게 그리스 고전, 문학 서적을 읽도록 한다. 한국에서도 ‘융·복합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오는 2018년부터 고등학교에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모든 고등학생들은 계열 구분 없이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을 공통과목으로 배우며 사회·과학 교과의 경우 '대주제'(Big Idea) 중심으로 기술된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공통과목으로 신설한다.

관련 전문가는 “4차 산업혁명이 인간에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 한국의 주입교육식, 일방적인 교육 시스템을 변혁하지 않는다면 독은 맹독이 되고, 약은 마약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반대로 독을 약으로 바꾸고 약을 만능통치약으로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 또한 바로 교육에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