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7.02.15 17:44

[3부 새로운 경제 -'도덕성과 상식' 사회적 자본 확충해야 ]

마이클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돈으로 살수없는것들', '왜 도덕인가'라는 저서를 통해 경제가 화두인 시대에 경제적 풍요를 유지하기위한 도덕성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010년 샌델 교수가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강연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음.<사진제공=아산정책연구원>

[뉴스웍스=한동수기자] 대한민국이 ‘선진국 함정’에 빠졌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0%,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제로 상태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2.1%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치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박근혜정부는 지난 9년동안 친기업적이고 성장우선 정책을 펼쳤다. 성장보다 분배위주 정책이 우리 경제를 망쳤다는 변명도 옹색해진 상황이다. 국제 교역 감소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잘 사는 나라들 모임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내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경제성장률 12위였다. 9년만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글로벌 경기 탓으로 돌릴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다. 정확한 진단을 통한 명의의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성장을 위해 잠시 접어두었던 도덕성 회복이 필요한 시점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박근혜 정부는 권한대행 체제로 바뀌었지만 사실상 식물상태다. 최순실게이트와 연루된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내년 사업계획보다 특검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경제는 어려운데 경제를 일으킬 주도세력이 부재하다. 우리는 60~70년대 번영을 이뤘던 태국, 필리핀, 멕시코,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들 국가가 주는 교훈이 있다면 선진국 진입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선진국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남지 않았다.

소득수준만으로 선‧후진국 구분되지 않아

우리는 소득 3만달러를 선진국 진입 기준으로 삼고 있다. 단순한 소득수준만으로 선진국과 후진국이 구분되는 것일까. 

김상철 중앙대 산업대학원 겸임교수(전 코트라상하이무역관장)는 “소득수준은 선‧후진국을 가르는 피상적인 숫자에 불과하다”며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효율적으로 결합된 사회적 자본 축적 정도, 즉 공유할 수 있는 도덕성과 상식이 통용돼 예측 가능한 사회적 공감대가 얼마나 형성돼 있는가에따라 구분된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는 ‘최순실게이트’를 통해 사회적으로 통용돼야할 도덕성과 상식이 무참히 짓밟힌 사례들을 지켜보고 있다. 어쩌면 산업화시대로 빠르게 진입한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김 겸임교수는 “우리 기업들은 60~70년대 해외기업을 따라잡아야하는 빠른추격자(Fast Follower)역할을 다해야 했고 그러기위해선 정부와 협력해 내수시장에서 독점적 지위 확보가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며 “2세, 3세 경영체제로 이어진 후 선대의 독점 산업구조가 경쟁구조로 바뀌면서 정경유착의 유혹을 쉽게 포기못해 정권말마다 나타나는 각종 게이트에 대기업들이 연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1등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존중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도 요원하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할 시점이다.

선진국 진입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국가는 '경제컨트롤타워'를 재건해야하고 기업은 상식과 도덕이 우선하는 '경영시스템'을 갖춰야한다. 60~70년대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전성기를 구가하던 국가들이 선진국 문턱에서 후진국의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컨트롤타워와 시스템의 부재였다.

이들 국가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사회적 갈등이 일시에 분출됐다는 것이다. 빈곤탈출이라는 사회 공통의 선(善)을 달성한 후 사회적 갈등은 증폭됐다. 사회적갈등 증폭이 이념적 대립으로 확대생산할 경우 선진국 문턱에서 후진국으로 전락한 예는 한 둘이 아니다.

우리의 현재 모습은 ▲정부내에 경제컨트롤타워가 부재하고 ▲기업은 정경유착에서 벗어나지못한 후진적 경영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수백만명이 주말마다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고치지 않고 시간을 보낸다면 수년내 후진국으로 추락해 다시는 헤어나오지 못할 수도 있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탄핵시킨 것이 선진국 진입 티켓은 아니기 때문이다. 

애덤스미스 ‘국부론’으로 돌아가 시장가치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마이클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얘기하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정의를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당면한 현실이다. 기본으로 돌아가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어야할 순간이다. 기본은 무엇인가. 도덕과 상식의 잣대를 되찾는 것이다.

김 겸임교수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상식과 도덕이 물 흐르듯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게이트는 우리 사회의 적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아픈 상처이지만 이 기회에 사회의 폐부를 도려낼 수 있다면 위기가 기회로 바뀔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좌절된 국가들의 공통점은 도덕성이 결여된 사회적 구조를 방치했다는 것”이라며 “공정한 세금집행, 정경유착으로 이어지는 부정부패척결 더 나아가 효율적 부(富)의 분배를 위한 사회적 합일점 찾기 등이 제대로 작동돼야만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문턱을 넘어 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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