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5.12.04 15:16
공산당 총서기 취임 이래 강력한 반부패 척결로 인기절정을 향하고 있는 시진핑.

요즘 중국의 화제는 수도 베이징(北京)에 드리운 짙은 스모그, 그에 못지않은 밀도로 점차 몰려드는 전운(戰雲)이다. 스모그는 이미 사진이 국내 언론에 등장하면서 잘 알려졌다. 전쟁의 기운을 머금은 구름, 전운은 조금 생뚱맞을까. 

그 싸움이란 시진핑(習近平) 현 국가주석이자 공산당 총서기와 전임 국가주석이자 공산당 총서기였던 장쩌민(江澤民)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권력 투쟁이다. 시진핑은 3년 전 권력 정상에 오른 뒤 줄곧 반(反) 부패의 칼날을 휘둘렀다. 그의 칼이 종국적으로 겨누는 대상은 장쩌민이라는 게 중론(衆論)이었다. 

시진핑의 반부패 사정 칼날에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여러 고위 관료들이 우수수 떨려 나갔다. 가장 화제에 올랐던 사람들이 인민해방군 고위 장성 출신이다. 공산당은 모든 것을 이끈다. 군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당의 핵심 조직에는 군을 총괄하는 중앙군사위(中央軍事委)가 있다. 

중앙군사위 주석은 권력 1인자인 당 총서기가 맡는 게 관례다. 그 밑의 부주석은 차기 공산당 권력 정상에 오를 후계자와 인민해방군의 서열 1위 장성이 맡는다. 장쩌민의 후광을 입고 그 군사위 부주석에 올랐던 쉬차이허우(徐才厚), 궈보슝(郭伯雄)이 시진핑의 반부패 사정에 걸렸다. 

쉬차이허우는 천문학적인 수뢰로 조사를 받다가 올해 3월 병으로 사망했고, 궈보슝은 현재 당적을 박탈당한 채 조사를 받고 있다. 병참을 담당했던 총후근부 부주임 구쥔산(谷俊山)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공통점은 우선 거액의 수뢰, 막대한 재산 축적이다. 다른 하나는 모두 장쩌민이 키운 군부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베이징에 전운이 다시 몰려드는 징후는 장쩌민의 또 다른 군부 심복인 자팅안(賈廷安) 군사위 총정치부 부주임의 낙마 소식에서 읽히고 있다. 그 역시 최근 들어 사정당국에 걸려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장쩌민은 일반 중국인들에 의해 ‘두꺼비(蛤蟆)’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의 재임 시절이 자유롭고 좋았다는 평이 없지는 않지만, 개혁개방의 열기에 못지않게 고위층의 기강이 문란해 부패가 극심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제 시진핑의 반부패 칼은 점점 그를 향하는 분위기다. 

시진핑은 서부 건 맨(Gun man) 스타일의 정치인이다. 한다면 제대로 하고, 정면에 서서 상대방을 향해 직공(直攻)을 펼치는 타입이다. 온갖 비리와 부패가 만연했던 장쩌민 시대 고위 관료사회들은 바야흐로 그의 이름 앞에서 사시나무 떨 듯이 떨고 있다. 

퇴임 후에도 수렴청정(垂簾聽政)식으로 현실 정치에 간여했고, 재임 당시 방대한 인맥을 권력 요처에 심어 뒀던 장쩌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점차 그를 향해 사정의 총구가 다가서는 형국이다. 발본색원(拔本塞源)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뿌리까지 다스리는 근치(根治)라고 해야 할까. 그런 시진핑의 행보에 부패척결을 갈망하던 중국인들은 열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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