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호기자
  • 입력 2018.02.19 11:40
<사진=최영미 시인 페이스북>

[뉴스웍스=김동호기자] 이윤택 감독의 성추행 사실이 드러나며 다시 한번 문화계 성추문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영미 시인이 다시 한번 '괴물'의 주인공에 대해 거론했다.

최 시인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젠가 때가 되면 '괴물'의 모델이 된 원로시인의 실명을 확인해주고, 그가 인사동의 어느 술집에서 저를 성추행했을 때의 실제상황, 그리고 1993년~ 1995년 사이의 어느날 창작과비평사의 망년회에서 제가 목격한 괴물의 (유부녀 편집자를 괴롭히던) 성폭력에 대해 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 시인은 또 "1993년경 종로의 술집에서 제가 목격한 괴물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따로 있는데, 제 입이 더러워질까봐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면서 "저뿐 아니라 그로 인해 괴롭힘을 당한 수많은 여성들에게 괴물의 제대로된 사과, 공식적인 사과와 반성을 원한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이에 앞서 "지난주 jtbc 뉴스룸에 나간 뒤 일부 매체에서 제 인터뷰 내용을 왜곡 보도했기에 이를 바로 잡는다"며 "최영미는 수십명에게 성추행 당한 적이 없다. 제 명예를 훼손하는 잘못된 기사 제목을 수정해주시기 바한다"고 요구했다.

최 시인은 이어 "1992년 등단 이후 제가 원하지 않는 신체적 접촉 (성추행)을 했던 남자는 네 명이다. 악수를 하며 제 손을 오래 잡고 손바닥을 간지르는 등 비정상적인 행위를 한 사람들도 두어명 있었으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권력을 쥔 남성 문인들의 이러저러한 요구를 (노골적으로 요구하지 않더라도 결국 성적인 함의를 포함한 메시지를) 거절했을 때, 여성작가가 당하는 보복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며 "오랜 시간에 걸쳐 '제외되는' 식으로 문단의 주변부로 밀려난다. 그들에게 희롱당하고 싶지 않아 문단 모임을 멀리하고 술자리에 나가지 않으면, 더 큰 불이익을 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작년 가을에 '#괴물'을 황해문화에 보내고 게재여부를 저도 확신하지 못했다. 만일 시가 잡지에 실리지 않으면 내 페북에 공개할까 생각중이었는데, 고맙게도 시를 실어줘서 페북에 올리지 않았다"면서 "잡지가 나온 뒤 인천에서 발행되는 모신문에서 전화가 와 괴물에 대해 묻길래, 덜컥 겁이 나 인터뷰를 거절했다. 괴물과 괴물을 키운 문단권력의 보복이 두려웠고, 그들을 건드려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리고 한참 잊고 있었는데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에 제 시가 트위터 sns에 돌아 다니다 기자들의 눈에 포착되어 여기저기서 기사가 나왔다. #문단 내 성폭력이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겪은 슬픔과 좌절을 이제 문단에 나오는 젊은 여성문인들이 경험하지 않기를 바라며 저는 방송에 나갔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문단 내 성폭력을 조사하는 공식적인 기구가, 작가회의만 아니라 문화부 여성단체 법조계가 참여하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조사 및 재발방지위원회가 출범하기를 요청한다. 여러분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이제 제게 괴물과 괴물을 비호하는 세력들과 싸울 약간의 힘이 생겼다. 문단 내 성폭력이 구시대의 유물로 남기를 바라며, 저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할 것이다. 더 많은 여성들이 #Metoo 를 외치면, 세상이 변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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