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02.23 05:00

트럼프와 정치적 담판...국제공조 강화 등 고도의 외교력 필요

지난해 11월 7일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이어 철강까지 고율 관세를 예고하면서 우리나라에 대해 '무역 선전포고'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때부터 이미 예고된 바였지만 미국이 막상 '행동'에 돌입하자 우리 정부는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트럼프는 “무역에 관해선 한국과 동맹국이 아니다”라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트럼프의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어디까지 통상압박을 가할지, 그 이유와 대책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4회에 걸쳐 시리즈를 게재하고자 한다.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대한 통상압박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자 우리 정부도 “당당하고 결연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멕시코처럼 미국과의 경제적 연결고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미국의 연관 산업을 방패로 세워 쉽게 공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의 통상압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만간 미국에 직접 방문할 예정이다. 백 장관은 "우리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민관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번에는 장관이 직접 가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한국과 중국 등 12개국의 철강에 대한 53% 고율 관세 부과 방안이 채택될 경우 WTO 제소를 검토할 방침이다.

하지만 WTO 제소는 최종 판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실효성이 낮은 만큼 좀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진짜 타깃인 중국과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이 우리나라에 통상압박을 퍼붓는 결정적인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미국이 잠재적 적성국인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이른바 ‘안보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규제가 한국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우리 철강에 대한 미국의 무역 보복도 중국과의 ‘분업구조’와 ‘산업의 유사성’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이 값싼 중국 철강을 수입해 재가공한 뒤 미국에 우회 수출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형주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제가 되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를 보면 대통령이 규제 승인을 내리더라도 수입 품목과 국가에 따라 담당 장관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백악관과는 달리 정부 부서는 실무적인 판단을 우선하기 때문에 실무진을 적극 설득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중국 제품 의존도가 크지 않고 중국과 차별화 됐다는 점을 내세워 미국 실무진을 설득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과 달리 주로 중저가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은 중국의 수출 산업구조와 유사해 중국과 함께 얻어맞고 있는 형국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연구위원은 “미국의 철강 수입 규제는 주 목표인 중국 때문에 한국이 함께 휘말려 들어간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대미 수출 품목을 중국과 차별화하는 노력이 없다면 앞으로도 미국의 무역규제 대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의 통상압박 칼날을 피한 멕시코에서 해답을 찾을 필요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 기업들은 나프타 소속인 멕시코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양국 간의 이익구조가 얽혀있다”며 “멕시코는 한국과 중국의 산업구조와 유사하지만 공격 시 자국기업이 피해를 받기 때문에 미국이 압박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우리도 미국 산업과의 결속력을 강화하면 통상압박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M&A(인수합병)을 활성화한다면 지금과 같은 압박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국제 사회와 공조해 미국의 통상압박이 부당하다는 점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다자간 국제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트럼프 행정부가 지적받는 부족한 외교능력을 공략해야 한다”며 “WTO나 G20 등 국제적 모임에서 이 문제를 꾸준히 도마 위에 올려 중국 등 우리처럼 제조업 위주의 국가들과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효성이 적더라도 우리의 권리인 WTO 제소는 필요하다”면서도 “미국의 무역 제재는 국제적 규범을 현저하게 위반한 소지가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과 우호적 그룹을 조성해 공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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