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길기자
  • 입력 2018.09.09 06:31
지난 2003년 현대중공업이 단돈 1달러에 인수한 초대형 크레인. <사진제공=현대중공업>

[뉴스웍스=김영길기자] “1인당 인건비가 중국의 3배, 싱가포르의 6.5배에 달합니다. 이러니 수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7일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이 최근 조업을 중단한 해양사업본부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호소하면서 한 말이다.

강 사장은 이날 ‘현대중공업 임직원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통해 “우리 회사의 1인당 월평균 인건비는 520만원으로 경쟁국인 중국(169만원)의 3배, 동남아시아 노동자를 활용하는 싱가포르(80만원)의 6.5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양사업본부 원가 가운데 인건비 비중이 20%에 달해 중국(6%)과 싱가포르(3%)를 크게 웃돌아 수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원유와 가스 시추·생산 설비를 제작하는 이 회사 해양사업본부는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나스르 원유생산설비를 수주한 이후 46개월째 수주가 없어 지난달 21일 나스르로 향하는 마지막 모듈이 출항하면서 도크 문을 닫았다. 현대중공업은 해양사업본부 유휴 인력 2000여 명에 대해 희망퇴직과 무급휴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의 반발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강 사장이 대외비인 임금 등 원가구조까지 공개한 것은 강력한 구조조정에 선행되지 않는 한 해양사업본부는 물론 현대중공업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그는 “직원들을 희망퇴직시키고 싶은 경영자가 어디 있겠느냐”며 “수치까지 언급하면서 우리의 민낯을 드러내는 이유를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해양사업본부는 연간 임금으로 1500억원, 퇴직금과 기타 급여를 포함하면 1920억원의 인건비가 발생한다”며 “향후 3년간 신규 수주가 없다면 인건비 손실액이 6000억원에 달해 현대중공업 전체가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중공업은 해양사업뿐 아니라 조선사업부문에서도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수주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조선사업본부는 지난해 1146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두 배 이상 늘어난 245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러니 노조가 제안한 조선사업본부와의 물량 나누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해양사업본부 근로자들의 높은 임금 수준을 감안할 때 협력업체의 조선 일감을 대신 처리하는 방법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건조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가량인 조선용 후판 가격도 올라 원가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여러분의 희생과 양보가 없다면 해양사업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 아무런 대책도, 희생도 없이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태도는 회사를 더 어렵게 할 뿐”이라는 강 사장의 절박한 호소는 누가 봐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지금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문이 선택할 해답은 모두가 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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