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8.11.09 10:27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대한민국 화학·소재 산업의 상징적인 존재인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1977년 당시 럭키로 입사한 이후 42년만이다. 박 부회장은 향후 후진 양성과 조언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9일 "박진수 부회장이 42년간의 기업 활동을 마무리하고 경영에서 명예롭게 물러난다"고 밝혔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1977년 럭키 프로젝트실에 입사한 박 부회장은 지난 42년간 '화학'이라는 한 우물만 파온, 자타가 공인하는 화학업계 대표 전문경영인이자 ‘맏형’이다. 그는 주요 화학계열사의 최고경영자를 두루 거치며 LG화학은 물론 대한민국 화학·소재 산업 발전에 기여해왔다.

박 부회장은 특히 지난 2012년 말 LG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회사를 매출 28조원 규모의 '글로벌 Top10 화학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 사업구조 고도화와 에너지, 물, 바이오 및 소재 분야 등 미래 먹거리에 과감히 투자, LG화학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부회장이 42년이란 오랜 기간 동안 장수한 비결은 무엇일까.

첫 번째 요인은 현장을 잘 아는 경영자라는 점이다. 현장 중시는 입사 후 15년 이상 생산 현장에서 근무한 경험과 감각이 뒷받침됐다. 그는 “기업이 본원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현장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며 현장을 가장 중요시했다.

임직원과의 격의 없는 소통 행보도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 온 비결이다. 그는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항상 집무실 문을 활짝 열어두고 격의 없는 만남을 즐겼고, 대화 때에도 직원들의 이야기에 끝까지 경청하는 경영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남의 말을 자주 듣고 소통해야 하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다.

솔선수범도 돋보인다. 그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비전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이를 실현하는 것은 결국 강한 실행력에서 비롯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리더의 솔선수범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한다.

인재를 중시를 한 점도 성공 비결 가운데 하나다. 그는 “내 경영사전에는 고객과 인재 두 사람만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인재를 중요시해 왔다. 우수 인재를 찾기 위해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행보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표 취임 뒤 인재를 찾아 이동한 거리만 지구 세 바퀴 반에 이를 정도로 광폭 행보를 보였다.

그간 열정적으로 일한 박 부회장이 후배들의 박수를 받으며 후선으로 물러난다. 박 부회장은 "40년 이상 근무하며 LG화학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일조하고 명예롭게 은퇴한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며 "후배들이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계속 이어가 함께 성장시켜온 LG화학을 앞으로도 영속하는 기업으로 발전시켜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의 당부 말에는 LG화학에 대한 애정은 듬뿍 담겨있다. 회사가 보다 젊고 역동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하도록 아름다운 은퇴를 선택한 박 부회장의 명예로운 퇴진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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