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4.23 16:36

나경원 "법원 검찰 경찰을 청와대 마음대로 한다는 것"
유승민 "논의 과정서 2/3 이상이 아니기 때문에 당론 아니다"
정개특위·사개특위 넘어도 분구·통폐합 지역 의원의 '이탈표 가능성' 있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지난 22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잠정 합의했던 선거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이 23일 여야4당 각당의 의원총회에서 추인됨에 따라 사실상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로 여겨져 관심을 모았던 바른미래당의 의원총회는 12:11로 가까스로 '추인'됐다.

◆ 유승민 "당론으로 된 것은 아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가결된 것을 받아들이냐'는 질문에 "두번을 투표했다. 하나는 '과반으로 할 것이냐 2/3로 할 것이냐'였고 또 다른 하나는 '여야4당의 잠정 합의안에 찬성하느냐'였다"며 "둘다 12:11로 과반으로 하는 것으로 했다. 그런데, 찬성이 한 표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논의 과정에서 2/3 이상이 아니기 때문에 당론이 아니라고 제가 분명히 말씀 드렸다"며 "바른미래당이 당론을 정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바른미래당은 패스트트랙에 관해 당론이 없는 당이 됐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가지고 사개특위 위원이 두 분 계시는데, 사개특위 위원들을 절대 원내대표가 사보임할 수 없다고 요구했지만, 원내대표는 사보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지금 정개특위, 사개특위에서 활동하고 계신 두 분 그대로 특위에서 특위 표결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런 식으로 당의 의사 결정이 된 데 대해 굉장히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제가 선거법은 다수결로는 안 된다고 했지만, 당의 의사결정까지 한 표 차이 표결로 해야 하는 당의 현실이 굉장히 자괴감이 들고 앞으로 당의 진로에 대해 동지들과 함께 심각하게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유승민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12:11로 결정됐어도 그것은 당헌 당규 규정에 따라 2/3로 결정한 것이 아니므로 당론이 아니다라는 견해'로 해석된다. 또한, 바른미래당 소속의 정개특위 위원인 김동철·김성식 의원과 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해당 특위에서 사임시키지 않고 그대로 활동하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혀진다.

이런 가운데, 같은 당의 이준석 최고위원도 유승민 의원의 견해에 힘을 보탰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2/3의 의결로 정하게 돼 있는 당론을 억지논리로 과반수로 표결하게 만들고 그런 억지를 동원한 와중에도 12대 11로 표결결과가 나왔으니 이것은 지난 달 이언주 의원 당원권 정지부터 시작해서 아주 패스트트랙 하나 통과시키겠다고 당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언주 의원의 한 표가 있었으면 12대 12로 부결"이라며 "왜 그토록 당원권 정지에 목매었는지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의원(왼쪽)과 지상욱 의원(오른쪽)이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23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의원(왼쪽)과 지상욱 의원(오른쪽)이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 한국당, 사실상 '장외투쟁 공식화'

이런 가운데,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추진을 "좌파독재플랜"이라며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마디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기획하고, 여당과 일부 야당이 실천에 옮기는 의회민주주의의 파괴가 이제 시작된 것"이라며 "우리 함께 막자"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와 관련해 "한마디로 판사, 검사를 마음대로 찍어서 수사를 하고, 법원과 검찰과 경찰의 권력을 청와대 마음대로 한다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공수처를 설치한다는 것은 게슈타포를 설치한다'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의회권력 빼놓고는 모든 권력이 (청와대에 의해) 장악됐다"며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마지막 국민의 뜻에 의해서 선출되는 의회권력마저 장악하자는 시도"라고 질타했다.

황교안 대표도 나 원내대표와 궤를 같이하는 발언을 했다. "심판 회피용 악법을 우리가 반드시 막아내야 된다. 심판을 회피하기 위한 이런 악법으로 총선결과까지 조작하려고 하고 있다"며 "우리 당과 1대 1승부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으니까 2중대, 3중대, 4중대를 만들어서 들러리 세워서 친문 총선연대를 하겠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더해 "저부터 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동원해서 투쟁의 선봉에 서겠다. 거리로 나서야한다면 거리로 나갈 것이고, 청와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전국을 돌면서 국민들께 문재인 정권 독재의 실상을 알리고, 우리가 왜 싸워야하는지 목이 터지도록 외치겠다"고 역설했다.

황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장외투쟁을 공식화'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당은 주말인 오는 27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두 번째 장외집회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정국경색으로 오는 25일 정부가 제출할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탄력근로제·최저임금 개편안 등의 민생 현안 논의도 모두 정지될 확률이 높아졌다.

여야4당의 '추인'으로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은 8부능선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향후에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거쳐 법사위로 패스트트랙 법안이 넘겨지는 과정에서 무난히 통과될 수 있을지 '산 넘어 산'이라는 평가가 적잖다. 당장 정개특위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의총에서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정당에서 내리꽂는 제도를 지지하겠나, 직접 뽑는 선거제도를 지지하겠나"라며 "정개특위 간사로서 선거제 개편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패스트트랙 법안이 통과돼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해도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을 보면 지역구가 줄어드는 대신 비례대표가 늘어나는 구조다. 따라서 최소 28의 분구나 통폐합되는 지역구가 발생하게 되고 그 대상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곳의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법안에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얘기다. 범여권에서 만만찮은 이탈표가 발생될 경우 어렵게 합의된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은 좌초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를 획정하는 과정부터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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