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8.10 08:20

베스티안병원 조진경 부원장, 부모가 알아야 할 어린이 화상 올 가이드

어린이 화상환자를 치료하는 조진경원장.
어린이 화상환자를 치료하는 조진경원장.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화상만큼 끊임없이 일어나는 어린이 안전사고가 또 있을까. 문제는 대부분의 사고가 부모 등 보호자의 방심이나 부주의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고데기(전기머리인두)화상이 대표적이다. 고데기의 온도는 최고 섭씨 215도에 이르고 20분 이상이 지나야 40도 이하로 떨어진다. 화상은 10세 미만 중 영아(0~1세)의 비중이 65%로 가장 높았다. 호기심은 많지만 반응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초기대처도 중요하다. 상처가 흉터로 남아 평생 마음이 짐이 된다. 화상전문 베스티안병원 조진경 부원장에게 부모가 꼭 알아야할 어린이 화상예방법과 초기대응 요령을 알아본다.

Q: 어린이 화상은 왜 성인보다 더 위험한가요?

A: 화상 깊이는 접촉하는 물체의 온도와 시간, 그리고 피부의 두께에 의해 결정됩니다. 어린이는 어른에 비해 피부두께가 얇아 같은 온도, 같은 시간에 노출됐을 때에도 상대적으로 깊은 손상을 입습니다. 위험에 대한 대처능력이 미숙한 것도 문제입니다. 영·유아는 뜨거운 물체에 접촉했을 때 빠르게 피하지 못해 접촉시간이 길어집니다. 어린이 화상은 비후성 흉터와 구축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후성 흉터의 면적이 넓거나 관절을 침범하면 움직임과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Q: 어린이의 고데기 화상이 많은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A: 보호자가 열기가 남아 있는 고데기를 방치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뜨겁다고 인지하지 못해 호기심에 만져보거나 밟기도 합니다. 이때 고데기 사이에 팔다리가 끼어 화상을 입어요. 그러므로 고데기를 사용하기 전이나 후엔 반드시 어린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Q: 화상을 입었을 때 가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A: 화상의 응급처치는 시원한 물로 화상부위를 충분히 식혀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응급처치를 통해 통증을 줄이고 피부 온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세 포손상을 줄이며, 부종과 염증반응이 떨어져 추가손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혈관을 안정화시키고, 상처 회복을 증대시켜 흉터 형성을 최소화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화상범위가 너무 넓으면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깨끗한 천으로 감싼 후 빠른 시간 안에 병원으로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부모들이 잘못 알고 대처하는 행동이 있습니까.

A: 치약이나 감자, 오이, 소주, 왕소금, 진흙팩 등 다양한 민간요법을 먼저 시도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민간요법의 치료효과는 증명된 바도 없고, 화상으로 인한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 상처 부위에 얼음을 대거나 문지르는 행동도 마찬가집니다. 지나치게 낮은 온도는 혈관 수축을 일으켜 혈류를 방해하므로 상처의 회복을 더디게 합니다. 심지어 주변 정상피부에 동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물에 옷이 젖었다면 빨리 가위로 옷을 제거해 열과의 접촉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젖은 옷은 쉽게 벗기기 힘들고, 옷을 벗는 중 다른 부위에 추가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집이 생겼거나 피부가 하얀색 또는 갈색으로 변했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습니다. 멸균기구가 구비돼 있지 않은 가정에서 수포를 임의로 터뜨리거나 벗겨내는 것은 감염 위험성을 높이므로 삼가해야 합니다. 장기간 임의로 화상상처를 치료하다보면 감염이 생기거나 상처가 깊어져 치료기간이 오래 걸리고, 심한 흉터를 남기기도 합니다.

Q: 병원에는 얼마나 빨리 가야 하나요. 병원을 찾을 때 화상부위는 어떻게 조치하는 것이 좋나요.

A: 화상을 입은 직후 현장에서의 응급처치가 가장 중요합니다. 신속한 조치를 한 뒤엔 깨끗하고 마른 천으로 화상부위를 감싸고 병원을 방문하면 됩니다. 화상 부위에 연고를 바르고 오는 분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진찰에 방해가 돼 다시 닦아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추가적인 통증을 유발하므로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처를 감싸는 붕대를 감을 때에는 너무 조이지 않도록 합니다. 붕대의 압력이 강하면 화상 상처뿐 아니라 정상 피부에도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켜 추가손상으로 이어집니다.

Q: 병원에선 어린이 환자에게 화상정도에 따라 어떤 처치를 하나요. 

A: 화상 치료는 손상된 피부의 복구, 즉 재상피화가 잘 이뤄지도록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크기가 비교적 작거나 깊지 않은 화상은 상처 드레싱으로 충분하지만, 면적이 넓거나 깊은 화상은 수액소생술, 영양보조, 감염 및 통증 조절, 합병증에 대한 예방처치를 합니다. 이때는 입원 치료가 필요합니다. 드레싱과 같은 보존적 처치만으로 재상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깊은 화상은 피부이식 등 수술적 처치를 요하기도 합니다.

Q: 응급처치를 한 뒤 회복기간은 어느 정도 되나요.

A: 화상이 낫기까지 즉 재상피화가 완료되기까지의 기간은 화상 깊이와 넓이에 영향을 받습니다. 손상 깊이에 따라 분류하면, 피부 가장 바깥층인 표피층만 손상을 입는 1도 화상, 표피층과 그 아래 진피층 일부까지 손상된 2도 화상, 진피층 전체가 파괴된 3도 화상, 그리고 피부 아래의 근육, 뼈 등 조직까지 손상되는 4도 화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비교적 작은, 전신상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1도 화상은 수일 이내에 낫지만, 2도 화상은 1~4주, 3도 화상은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화상을 입은 체표면적이 넓은 경우에는 치료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Q: 고데기 외에 가정에서 어린이를 위협하는 화상 유발환경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가정에서는 부엌, 욕실, 방, 거실 등 장소별로 구분해 위험요소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부엌에서 뜨거운 물이나 커피, 국물에 의한 열탕화상이 가장 많고, 전기밥솥 증기로 인한 증기화상, 후라이팬, 냄비 등 조리기구로 인한 접촉 화상이 많습니다.

따라서 싱크대, 식탁 위 등 아이의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는 뜨거운 액체가 담긴 그릇을 올려놓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를 안은 채 라면이나 커피 등 뜨거운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하고, 아이를 업고 음식을 조리하는 것은 금기입니다. 부엌에는 아이가 아예 출입하지 못하도록 울타리 등을 설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욕실에서는 세면대에서 아이를 씻기지 않도록 합니다. 좁은 세면대에서 손잡이가 뜨거운 쪽으로 돌아가면서 갑자기 뜨거운 물이 나와 화상을 입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욕조에서 목욕할 때는 뜨거워진 수도꼭지에 닿아서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수도꼭지 부분은 마른 수건으로 감싸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샤워기를 통해 나오는 물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아 갑자기 뜨거운 물이 나오면서 화상을 입는 사례도 있습니다. 욕조나 대야에 물을 받고, 온도를 확인한 후 아이를 씻기면 욕실에서의 화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어린이 화상은 보호자의 부주의로 발생합니다. 어린이들은 뜨거운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아이의 손닿는 곳에 뜨거운 물체를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부모 등 보호자에게 들려줄 내용은?

A: 모든 안전사고가 마찬가지겠지만, 화상은 순식간에 일어납니다. 화상은 다른 손상과는 달리 치료과정이 길고, 고통스러우며, 치료 후 흉터가 남아 외형은 물론이고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아이의 화상은 집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뜨거운 액체에 의한 화상이 가장 많습니다.

특히 안전수칙을 지키면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가정에서는 주변 환경을 점검하고, 안전수칙을 지켜 아이의 화상을 예방할 수 있도록 부모님이 주의를 기울여주시기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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