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5.09.17 14:54
 

외국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려면 노동시장 유연화가 선결과제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7일 오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외국 기업 CEO가 바라본 한국의 노동시장' 특별좌담회에 참석한 한국 GM의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최근 2년간은 파업 없이 노사협상을 마무리했다"면서도 "아직도 노사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협상 타결을 위해서는 임금인상을 대가로 치를 수밖에 없다. 한국 GM은 지난 5년 사이 인건비가 50% 이상 증가하는 걸로 대가로 치른 셈"이라고 말했다.

임금 인상은 한국 GM의 전체 생산비용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샤 사장은 "한국 GM의 생산비용은 이 회사가 설립된 2002년보다 2.39배(2014년 기준)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약 1.4배 상승한 것을 볼 때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설명했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산물량이나 일자리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지난 2002년 한국 국내 자동차 생산 비중은 95%, 해외생산(OEM) 비중은 5%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에는 해외생산 비중이 국내생산 비중을 추월했다. 지난해에는 ▲해외 생산 55% ▲국내 생산 45%로 그 격차가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다.

호샤 사장은 낮은 생산성 문제도 꼬집었다. 한국자동차산업의 평균 생산성(HPV)은 26.4시간으로 ▲도요타 24.1시간 ▲미국 GM 23.4시간에 밀린다. 특히 인당 매출액에서도 한국 자동차업계(평균)는 7억4700만원으로 ▲도요타 15억9400만원 ▲미국 GM 9억6800만원보다 낮다.

미국계 산업용 장비 생산업체인 파카 코리아의 유시탁 전 대표는 한국 노조에 대한 이미지가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밝혔다.

파카사는 198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 투자해 사업장 4개를 운영해오다 2008년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전 사업장에 20%가량의 구조조정 단행이 불가피했다. 그런데 사업장 네 개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있는 한곳이 문제였다.

결국, 법원에서 정리해고 무효소송이 진행됐고 회사가 승소했지만 4년이나 소요됐다.

그는 "이후 미국 본사에서는 파카코리아 법인 전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됐고 한국에서 기업 인수 검토가 이뤄질 때 가장 먼저 노조 유무 등을 자세히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결과적으로 한국 투자 의욕은 감퇴했지만, 경쟁국인 중국 투자만 늘리는 형국"이라며 "추후 노조 문제가 재발하면 본사에서 철수 등 출구전략을 검토할 것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추진한 노동개혁이 성과를 보기까지 3년 이상 걸렸다"며 "청년 일자리 증가 등 결실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역시 노동개혁의 고삐를 조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을 비롯해 비크람 도라이스와미 주한인도대사, 에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유시탁 전 파카코리아 대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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