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3.31 14:04
오산의 명소인 독산성이다. 백제 때 축성해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이 왜병을 무찌른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사진=오산시청 홈페이지>

1914년 일제강점기에 벌인 행정구역 개편 때 이 지명이 처음 등장하지만, 원래는 조선시대 때부터 쓰였던 이름으로 보인다. 유래는 분명치 않다. 인근에 오산(鰲山)이라는 지명이 있어서 그로부터 비롯했다는 설, 조선 중기 때 오미장(梧美場)이라는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이 있다. 아울러 이곳에 까마귀가 유난히 많아 그를 따라 오산(烏山)이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이곳은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였던 모양이다. 사람의 통행이 왕성한 곳은 그 중요성 때문에 전쟁터로도 변하기 십상이다. 고구려와 백제가 번갈아 가면서 이곳을 차지했던 역사는 우리가 수원 일대를 지나면서 이미 살펴 본 내력이다. 60여 년 전 벌어진 6·25전쟁에서도 이곳은 한반도에 급히 상륙한 미군과 김일성 군대가 처음 싸움을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까마귀를 뜻하는 烏(오)는 쓰임새가 제법 있다. 새를 가리킬 때는 분명 그 까마귀를 뜻하는 글자지만, 그 글자가 강력한 색깔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색깔인지는 독자들 대부분이 알고 있다. 까마귀는 까맣다. 따라서 烏(오)는 까만색의 지칭이다. 옛 왕조 시절에 벼슬아치들이 머리에 썼던 모자를 우리는 흔히 오사모(烏紗帽)라고 적는다. 벼슬아치의 또 다른 상징인 사모관대(紗帽冠帶)를 생각하면 좋다.

사모(紗帽)는 비단의 한 종류(紗)로 만든 모자(帽)다. 관대(冠帶)는 벼슬아치의 모자(冠)와 넓은 혁대(帶) 종류를 말한다. 이런 차림의 사람이 바로 벼슬아치다. 그런 벼슬아치의 모자는 검은색이 주류를 이뤘다. 그래서 까마귀, 즉 까만색을 뜻하는 烏(오)를 앞에 붙인 게 烏紗帽(오사모)다. 벼슬아치 그 자체, 또는 벼슬아치의 신분을 가리킨다.

까마귀 자체를 가리키면서 별도의 뜻을 내포하는 단어도 있다. 금오(金烏)는 태양을 가리킨다. 옛 동서양의 신화에는 까마귀가 태양을 상징하는 새로 그려진다. 태양에 사는 새라는 의미에서다. 그래서 동양 고분의 벽화 등에선 해를 그릴 때 그 안에 까마귀를 그리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그 까마귀가 발이 세 개로 그려져 우리는 흔히 그를 삼족오(三足烏)라고도 했다. 태양을 숭배하는 과거 사람들의 전통을 반영했다고 한다.

까마귀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말의 머리에 뿔이 돋을 수 있을까. 이를 한자로 적으면 ‘烏頭白, 馬生角(오두백, 마생각)’이다. 같은 맥락의 성어로는 烏頭馬角(오두마각)이라고 하는데, ‘있을 수 없는 일’ ‘발생할 가능성이 제로인 일’이다. 진시황(秦始皇)이 황제에 오르기 전 진(秦)나라에 인질로 잡혀 있던 연(燕)나라 태자가 “이제는 풀어달라”고 요청하자 그 대답으로 한 말이라고 한다. “까마귀 머리 하얘질 때, 말 머리에 뿔 돋을 때 풀어주겠다”는 진시황의 심보가 고약하지만, 어떻게 보면 문학적인 대답이다.

까마귀가 사람 말귀를 알아들으면 억울하겠으나,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점 또한 사실이다. 그런 단어가 있다. 바로 오합(烏合), 오합지중(烏合之衆)이다. 까마귀 모아 놓은 듯한 상태의 사람 집단을 일컫는다. 뭔가 있으면 새카맣게 모여들었다가, 사람 기척 등에 놀랄 경우 뿔뿔이 흩어지는 그런 집단이다. 군기(軍紀)가 없고 전투력이 보잘것없는 군대를 일컬을 때 자주 쓴다.

집 지붕 위에 올라선 까마귀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착잡하다. 그런 까마귀를 두고 만든 말이 옥오지애(屋烏之愛)다. 여기서는 일부 요소를 생략했는데, 그 스토리의 연원에서는 아내에 대한 남편의 사랑이 전제다. 아내에 대한 남편의 사랑이 극진하면, 그 남편은 처가의 지붕 위(屋) 까마귀(烏)까지 사랑한다(愛)는 얘기다. 이 성어는 또한 屋上烏(옥상오), 愛屋及烏(애옥급오) 등으로도 적는다. 한 사물에 미쳐 지독한 편애(偏愛)를 드러낸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는 성어다.

오비이락(烏飛梨落)도 까마귀가 등장하는 유명한 성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이다. 같은 뜻의 성어가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다. 참외 밭에서 신발 끈 매다가 참외 도둑질하는 줄 오해받는 경우, 자두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 매다가 자두 도둑질로 오해받는 경우를 피하라는 충고에서 나온 말이다. 烏飛梨落(오비이락) 역시 그런 경우다. 까마귀가 날아오르는데 우연찮게 배가 떨어져 오해를 받는 상황을 가리킨다.

세상 살아가면서 오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어느 경우든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기는 오해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에서 벗어나려면 행동거지를 신중하게 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 일이 어디 말처럼 쉬울까. 그러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서 살 일이다. 까마귀는 우리 생활 속에서는 늘 ‘까맣게 뭔가 잘 잊어버리는 사람’을 가리킬 때 자주 등장했는데, 그렇게 잘 잊을 경우 남에게 오해 사기 십상이다. 하찮은 까마귀 같지만, 그 녀석 참 많은 걸 깨우쳐 준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