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4.25 17:10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동트기전 거제도 옥포조선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울산, 거제의 눈물'은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300명에 달하는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이르면 이달 말 3000명의 인력감축을 추가로 진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이미 파다하게 돌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마찬가지다. 해양플랜트관련 하청업체까지 포함하면 인력감축 인원은 더욱 늘어난다. 조선업계에서는 올해안에 조선업계에 약 2만여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26일 조선‧해운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과 함께 실업자 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정부의 무대책도 문제지만 근시안적인 대책은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부작용이나 고통이 따르지 않는 구조조정은 없다. 기업이 이윤을 내지 못해 회생을 위한 마지막 단계에 결정하는 것이 구조조정이다. 따라서 ‘구조조정=대량실업’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파나 이념에따라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자 대책이 나온다면 추후 진행될 구조조정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원칙을 분명하게 세우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따라서 ▲전직(轉職)훈련소 ▲생존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 ▲취업 소개 등 정부의 종합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실업문제와 관련해서는 종합적인 정부의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며 “국가가 나서 구조조정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업종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창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 ‘말뫼의 눈물’로 우리에게 알려진 스웨덴 코쿰스 조선소는 1980년대 불황 이후 사라졌다”며 “말뫼는 더 이상 조선 도시가 아니지만 친환경 도시로 바뀌어 조선소 자리에는 건물이 세워지고 새로운 건설산업과 친환경산업이 태동했다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거제시에 있는 조선소들이 문닫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조선업종에서 쏟아져 나온 인력을 흡수 할 수 있게 시의성있는 새로운 산업을 일으킨다면 희망은 있다는 얘기다.

일본도 조선업체간 인수합병을 통해 구조조정을 마무리 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대량해고 인력은 직업훈련소 등이 흡수한 후 관련업종이나 다른업종으로 이직하는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했다.

김 원장은 “구조조정은 사람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국가를 위해 어쩔수 없이 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의 상황을 보면 구조조정을 어물쩍 넘길 일은 아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업체들의 15%가 최근 3개년동안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고 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소위 재벌로 통하는 30대 그룹 중 절반이 넘는 17개 그룹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기업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이제 구조조정을 통해 발생하는 실업자들을 어떻게 사회로 다시 흡수할 것인지, 정부가 나서야 하는 시점이다.

김 원장은 “이런 과정에서 부실기업을 운영한 소유주들이 분명히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을 지고 손실 부담을 해야 한다”며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실업자가 양산되고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데 소유주들은 주식을 처분해 손실을 줄이는 후진적인 일들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뫼의 눈물>

조선업계 구조조정을 앞두고 ‘말뫼의 눈물’이 다시 화제다. 말뫼는 우리나라의 울산과 거제처럼 스웨덴 최대 조선업체가 있던 도시 이름이다. 2003년이전 말뫼시의 랜드마크는 고층 빌딩이 아니었다. 조선소의 크레인(갠트리 크레인)이었다. 스웨덴의 조선업은 한국과 중국의 추월로 구조조정의 대상이됐다. 높이 128m, 폭 165m, 자체충량 7560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크레인은 쓸모가 없었으나 아무도 사겠다고 나서지도 않았다. 당시 세계 조선업계를 호령하던 현대중공업이 단돈 1달러에 인수했다. 말뫼시의 랜드마크가 울산으로 출발하던 날, 말뫼시는 환송나온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스웨덴 국영방송은 장송곡을 내보냈다. 그래서 말뫼가 울었다라는 말이 나왔고 그 상대 주인공은 현대중공업이었다. 그후 13년. 현대중공업이 오는 26일 정부의 제1차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포함됐다. 이번에 제대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울산의 눈물’, ‘거제의 눈물’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에 설치된 지상 47층 규모의 일명 '말뫼의 눈물' 크레인. <사진제공=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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