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5.10.27 16:15

약 600년 전 중국 전역을 주름잡았던 황제 주원장(朱元璋)과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국무원 총리 리커창(李克强)은 동향인이다. 중국 동남부 안후이(安徽)성의 펑양(鳳陽)이 두 사람을 지연(地緣)으로 묶어 주는 곳이다.

리커창 총리가 태어난 곳이 바로 펑양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내 고향은 펑양이 맞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조상이 대대로 살았던 곳은 그로부터 조금 떨어진 딩위안(定遠)이다. 따라서 그가 도대체 어디 사람인지를 두고는 논란이 제법 인다. 

그럼에도 스스로 밝히는 것처럼 펑양이 맞다고 할 경우 그는 주원장과 틀림없는 동향이다. 그의 조상이 대대로 살았던 딩위안을 고향으로 한다면, 리커창은 <삼국지연의>에서 오(吳)나라 장수로 등장하는 노숙(魯肅)과 동향이다.

노숙이 누군가? <삼국지연의>라는 매우 편향적인 관점의 소설은 그를 제갈량(諸葛亮)에 못 미치는 어리석은 장수 정도로 묘사하지만, 실제의 역사기록 등을 보면 그는 오히려 제갈량에 비해 더 뛰어난 전략가로 나온다. 제갈량에 앞서 천하를 셋으로 나누자는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먼저 창안한 사람이다. 

‘그런데 뭘 어쩌자고?’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주원장과 노숙의 동향이라면 뭐 특별한 게 있겠느냐는 질문이겠다. 그러나 전통의 축적이 강한 중국의 문화바탕을 따지면 다른 생각이 들 수도 있을 테다. 땅과 사람이 남긴 중국의 지적이며 인문적인 전통을 생각해보자는 얘기다. 

주원장의 서로 판이한 초상 둘이다. 황제의 존엄함을 살려 미화한 그림(왼쪽)과 실제로는 험악해서 차마 보기 힘들 정도였다는 모습을 그린 그림(오른쪽).

주원장은 혹독한 군주였다. 혼란기 군벌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명을 창업한 뒤에는 가혹한 살육을 벌어 공신들을 대거 제거함으로써 명나라 260년의 근기(根基)를 다진 사람이다. 모략은 모략대로, 담력은 담력대로 매우 강한 인물이었다. 

노숙은 제갈량에 앞서 천하삼분지계를 창안하는 전략적 안목과 머리를 갖춘 사람이다. 오나라 손권의 가장 강력한 아이디어맨으로서 오나라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형주(荊州)로 관우(關羽)를 방문하고, 주유(周瑜)가 죽은 뒤에는 오나라의 핵심적인 책사로서 활동했다. 

중국인들은 깊고 장구한 인문적인 전통을 잘 계승하는 사람들이다. 안후이 펑양과 딩위안을 고향으로 둔 리커창 또한 그 점에서 예외는 아닐 듯하다. 주원장의 모략적 사고, 노숙의 전략적 안목과 창의성 등을 제 나름대로 소화했을 것이다. 

중국 경제의 하강국면이 뚜렷하다. 경제를 이끄는 그로서는 고민도 많을 것이다. 7%대의 성장은 지나가고, 이제 6%대의 성장으로 내려앉은 중국경제다. 6%대 성장은 지켜야 한다는 이른바 ‘바오류(保六)’가 구호로 떠오를 만큼 중국경제는 어렵고, 리커창의 고민은 높이  쌓이는 중이다. 

그럼에도 모략과 그로부터 더 나아가는 전략의 안목이 매우 두터운 중국이다. 어려운 국면이지만 리커창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 수뇌부는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 중이거나 이미 세웠을 것이다. 그의 방한과 함께 중국의 경제적인 전략, 그에 따른 한국의 대응 등에 이목이 쏠리는 중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