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1.05.26 18:30
(사진=뉴스웍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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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우성숙 기자] 가계 빚(신용)이 1765조원을 기록하며 또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른바 '영끌'과 ’빚투'에 따른 빚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일군 좋지 않은 성적표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2003년 이전 가계신용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에 사실상 최대 기록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가계신용은 매분기 역대 최대 기록을 깨고 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대부업체 등 금융사에서 빌린 돈(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 등 외상 구매액(판매신용)을 더한 것으로, 전반적인 가계 빚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다.

다만 1분기 가계신용 증가 폭(37조6000억원)은 정부의 대출 규제 등으로 전 분기(45조5000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그러나 1년 전(11조1000억원)과 비교한 증가율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가계신용 잔액은 1년 전보다 153조6000억원(9.5%)이 늘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이후 주택 매매와 전세거래 자금 수요가 이어지며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증가했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와 주식투자 수요가 발생한 것이 빚이 늘어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계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분기 가계대출(1666조원)은 전 분기보다 34조6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4분기보다 20조4000억원 증가한 931조원에 달했다.

가계 빚 증가 규모가 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도 걱정이다. 금융 불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솔솔 나오는 이유다.

경기회복과 물가상승 압력 속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 빚으로 인해 통화정책을 둘러싼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난달 수출이 10여년 만에 최대 증가율을 보이는 등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소비심리도 5개월 연속 개선되며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더해 최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논의를 예고하는 등 통화완화정책 기조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는 점도 한국은행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고 있다. 미국의 통화완화정책이 가시화하면 한국은행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최근 급속히 늘어난 가계 빚으로 인한 금융 불안이 변수다.

이에 따라 내일(27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향후 금리 조정을 암시하는 신호가 나올지 가능성이 있어서다. 빠른 가계 빚 증가 속도로 금융 불안 우려가 높아지면서 기준금리 산정 등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생긴 금융통화위원회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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