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1.06.11 18:30
(일러스트=픽사베이)
(일러스트=픽사베이)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금융권을 중심으로 희망퇴직 바람이 또 다시 불고 있다. 비대면 영업 확대로 영업점 축소가 이어지면서 은행권은 물론 보험업계까지 번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만 49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신청대상은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전직원과 4급 이하 일반직, RS직, 무기계약인력, 관리지원계약인력 가운데 1972년 이전 출생하고 15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다. 희망퇴직자에게는 연차와 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의 특별퇴직금이 지급된다. 이에 따라 특별퇴직금은 최대 3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KB손해보험도 2년 만에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신청 대상자는 만 45세 이상이거나 근속 20년 이상 직원이다. 또 1983년 이전 출생자 중 근속 15년 이상을 채웠다면 지원할 수 있다. 임금피크제에 이미 진입했거나 예정된 직원도 포함됐다. 40대 초반까지 대상에 넣은 것이 돋보인다.

KB손해보험 퇴직자들은 최대 36개월치 임금을 특별 퇴직금으로 받는다. 여기에 전직지원금(2400만원) 또는 자녀 학자금(최대 2명 학기당 350만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본인 및 배우자 건강검진비(120만원)도 받는다. 본인이 원한다면 퇴직금을 일부 줄이는 대신 프론티어(GA) 지점장, 심야·휴일 보상 상담 업무 등을 맡을 수도 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희망퇴직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희망퇴직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국책은행 노조의 요구에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공감을 표시하면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융권의 희망퇴직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앞서 작년 12월과 1월에 희망퇴직을 마무리한 시중은행 5곳에서만 2500명에 달하는 인원이 짐을 쌌다. 은행별로는 국민(800명)·하나(511명)·농협(496명)·우리(468명)·신한(220명) 등의 순이었다.

주목되는 것은 희망퇴직 대상 인원과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금융권의 경우 희망퇴직을 정례화 한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퇴직 인원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희망퇴직은 금융권뿐 아니라 IT·유통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누구도 예상 못한 팬데믹 상황, 비대면 영업 확산 등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이 희망퇴직을 요구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희망퇴직을 내건 금융권이나 기업의 심정은 십분 이해할 만 하다. 최근에 불어 닥친 경영 환경 변화를 감안하면 이들이 필요로 하는 인원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서다.

다만 퇴사자의 재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 걱정이다. 해마다 더 좋은 퇴직 조건이 나오고 있지만 퇴사이후 살아갈 방법이 막막하다는 것이 퇴사자들이 하소연이다. 희망퇴직이란 근로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사직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 의사를 사전에 묻는 절차가 포함된다는 점에서 일반 퇴직과는 다르다. 이는 희망퇴직을 하고 싶지 않은데 할 수 없이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뜻한다. 퇴직하고 싶지 않은데 떠나야 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 "희망퇴직을 희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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