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06.22 05:30

'대통령 피선거권' 낮추는 원포인트 개헌 동력 삼아 전면 개헌 움직임 가능성 엿보여

(사진=pixabay 캡처)
(사진=pixabay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2022년 대선·지선의 동시실시 문제가 결국 개헌을 촉발하는 촉매제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원 포인트 개헌'이건 '전면적 개헌'이건 간에 헌법을 고치고 대선·지선을 동시에 거행하려면 시간적·법률적 제한을 극복하면서 관련 법률도 개정해야만 한다.

우선 공직선거법에 의해 내년 3월 9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와 지방자치법에 따라 내년 6월 1일로 정해져 있는 지방선거의 시기가 법적으로 상충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 또한, 대선·지선을 동시에 실시하려면 현재의 대통령 임기를 늘리는 것은 헌법상 불가능하므로 대선일에 지선일을 맞춰야 한다. 

이에 앞서 상위법인 헌법부터 개정해야 한다.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고, 발의된 개정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 동안 공고하고,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에서 의결된다. 더군다나 헌법개정안이 가결되려면 국회의원의 2/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국민투표로 확정된 개정안은 대통령이 즉시 공포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여야 정치권이 합의를 해서 일사천리로 개헌작업을 추진한다해도 110일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대선후보는 현행대로라면 대통령 선거일 180일전에 선출되도록 돼 있다. 내년 3월 9일이 대선일이므로 올해 9월 8일까지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돼야 한다는 얘기다.

개헌을 추진하려면 민주당은 9월초 대선 후보자를 선출하려는 움직임을 당장 멈추고 개헌안 발의의 중지를 모으고 급히 서둘러야만 연내에 개헌이 가능한 상태다. 개헌은 현실적으로 '산 넘어 산'으로 보이기는 한다. 

이런 상태에서, '이준석 돌풍' 효과로 인해 정치권 일각에선 '대통령 피선거권'의 연령을 낮추는 원포인트 개헌 논란이 일고 있기는 하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통령 피선거권은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에게 주어지지만 이런 제한을 두지 말자는 견해가 대두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선·지선 동시실시 반대론자들은 "현행법상 현직 지자체장들이 재선에 도전할 경우 2개월 전에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시정' 혹은 '도정' 공백은 어찌하려 하느냐"며 경고하고 있다. 

만일 지선을 대선에 맞춰 내년 3월에 치르게 될 경우 현직 지자체장이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한다면 내년 1월부터 '권한대행 체제'로 돌입해야 한다. 이때 취임 일자를 예정대로 하면 권한대행 체제가 6개월 간 이어지면서 공무원들의 복지부동·눈치보기 행태가 확산될 우려가 크다. 대통령은 5월 9일 취임하고, 지자체장은 7월 1일에 취임하기 때문이다.

박병석 국회의장 등 대선·지선 동시실시 찬성론자에 비해 공개적으로 대선·지선을 분리실시하자는 정치인은 별반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동시실시와 분리실시에 따른 비용을 비교했다. 주목되는 점은 동시실시하게 되면 지방선거 운동기간이 연장된다는 점이다.

임 의원은 "2022년 제20대 대선과 제8회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할 경우 총 1534억원의 선거관리경비가 절감되지만 보전비용은 약 1500억원 증가가 예상된다"고 공개했다.

이어 "대선과 지선을 각각 2022년 3월과 6월에 별도 실시할 경우 선거관리비용은 대선에 3474억원, 지선에 1조 686억원으로 총 1조 4160억원이 소요된다"며 "3월에 동시 실시할 경우 대선 2949억원, 지선 9677억원으로 총 1조 2626억원의 경비가 소요돼 1534억원의 국가예산이 절감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반면에 14일 간인 지방선거운동기간이 대선선거운동기간인 23일간으로 9일이 연장되게 돼 보전비용이 약 1500억원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직선거법 제202조 제2항은 동시선거에 있어 선거기간 및 선거사무일정이 서로 다른 때에는 선거기간이 긴 선거의 예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의 선거기간이 14일에서 23일로 9일간 연장되게 된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임 의원은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할 것이냐 별도로 할 것이냐는 국가예산 절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력낭비를 막고 선거의 주체인 국민들의 편의증진 차원에서 21대 국회가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의장 등의 희망과는 달리 동시실시를 놓고 중앙선관위는 재외국민·선상투표자들의 지방선거 무자격 문제를 비롯한 법적·제도적 미비함과 함께 현실적 선거관리의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대선·지선 동시실시가 독립적인 하나의 정치 사안으로 여겨질수도 있지만, 사실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보다 중요한 '개헌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개헌론자들은 대선·지선 동시실시를 지렛대로 하고 '대통령 피선거권'을 낮추는 원포인트 개헌 움직임을 동력으로 삼아 본격적인 전면 개헌에 나설 가능성도 엿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개헌안 추진을 제안했다. 대선을 9개월 여 앞둔 가운데 친문(친 문재인) 세력 차원에서 권력구조 개헌을 공론화한 것이다. 

최 의원은 이날 국회소통관에서 "2032년 3월에 4년 연임 대통령제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하고, 대선은 결선투표를 도입하는 개헌을 21대 국회가 차기 대통령과 함께 이루어 낼 것을 제안한다"고 선언했다. 

개헌안의 핵심내용은 ▲대통령 4년 연임제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과 함께 개정헌법을 대선과 총선 시기가 일치하는 오는 2032년 발효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내년 5월 신임 대통령 취임 후 21대 하반기 국회부터 개헌안 합의를 진행한 후 2023년 국회 개헌안을 발의해 국민투표 후 본회의 통과를 추진하고 아울러 개정헌법 부칙을 통해 오는 2032년 효력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물론, 최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특정 대선후보나 정치세력 입장과 무관하다"고 밝히기는 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데다 이번에 그가 내놓은 개헌안은 친문세력의 싱크탱크격인 '민주주의 4.0 연구원'의 구상이기도 해서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다. 

최 의원은 비록 2023년에 개헌안을 발의하고 2032년에 그것을 발효시키는 것으로 개헌 일정을 잡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어떤 형태이건 간에 개헌하려는 움직임이 일단 동력을 확보하게 되면 언제라도 '본격적 전면 개헌은 당장 추진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원 포인트 개헌론이거나 대권주자들의 역학관계를 반영한 '내각제 개헌론',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수술 필요론'이 제기되는 것은 그냥 개헌을 위한 '명분론'으로 내세운 것일 뿐 일단 개헌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이 본심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170석이 넘는 민주당의 현재 의석수에 더해 범여권 의원들이 합세하고 야당의 일부 개헌 추진세력이 더해질 경우 개헌 추진에 필요한 동력은 의외로 쉽게 확보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선·지선 동시실시론자인 한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개헌 전망을 얘기하면서 선거를 동시에 치르자고 하면 무슨 얘기인지 알아들을 사람이 적잖을 것"이라며 "1~2개월 내에 정치권에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면 개헌 동력이 순식간에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박병석 국회의장은 21일 화상 간담회 형식으로 열린 '취임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개헌의 문을 여는 역할은 정치권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마침 여야 지도부가 동시에 재편됐다. 각 당은 개헌의 절박성을 다시금 인식해 공론화에 나서주길 바란다"며 "여야가 합의만 하면 내년 상반기 정치 일정을 활용해 얼마든지 개헌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제 '개헌 문제'는 어떤 정치적 계기로 급속도로 동력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전혀 불가능한 얘기만은 아닐 수도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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