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06.19 07:15

취임일 조정으로 임기축소 문제 해결 가능…대선후보 정당 '줄투표'로 지방자치제 훼손 우려 제기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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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원성훈·안윤해 인턴기자] 현행 법률에 따르면 내년 제 20대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는 3월 9일에, 제 8회 지방선거(이하, 지선)는 6월 1일 실시된다. 대통령 선거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진행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불과 3개월의 격차를 두고 커다란 선거를 두 차례로 나눠 치르는 것은  선거비용이나 행정적 편의성 면에서 불합리한만큼 통합실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대선과 지선은 그 목적과 성격이 판이하게 다를 뿐만 아니라 지자체장의 임기 축소 및 지방자치제의 의미를 왜곡시킬 수 있으므로 분리해서 치르는 게 옳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이에 따라 대선과 지선의 통합 및 분리실시를 놓고 장단점을 짚어본다. 4부작 시리즈인 '대선지선 꿰뚫기 시리즈'의 첫 번째로 대선과 지선 동시선거의 장단점을 분석한다.

◆중앙선관위 "대선·지선 동시 실시, 선거비용 1534억 절약"

대한민국 입법부의 수장이 이미 대선·지선 동시실시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와 같은 해 6월 1일 전국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지난 1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불과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전국 단위 선거를 또 치른다는 것은 국력 소모가 너무 심하다"며 "코로나 방역상황과 경제에 미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시기를 일치하는 게 좋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두 선거를 한 번에 치를 경우 선거비용도 직접적으로 1500억원 이상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에 대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3월 당시 국회에 제출한 헌법 개정안 부칙 4조에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동시 실시'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주장의 배경으로 "대통령 임기 중 치르는 전국선거를 줄여 국력 낭비를 최대한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앙선관위는 대선과 지선의 양대 선거를 3월에 동시 실시한다면 대선에 2949억원, 지선에 9677억원이 들어가게 돼 총 1조 2626억원의 경비가 들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대선과 지선을 별도로 실시한다면 선거관리비용은 대선에 3474억원, 지선에 1조 686억원이 소요돼 총 1조 416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집계했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할 경우 총 1534억원의 선거관리경비가 절감된다는 것이다. 

대선·지선 동시실시 시 선거관리 경비. (사진=중앙선관위 자료 캡처)
대선·지선 동시실시 시 선거관리 경비. (사진=중앙선관위 자료 캡처)

◆박상병 "동시 실시되면 투표율 높아질 것"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지방선거는 줄곧 대선 결과나 대선 투표율과 상관관계가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선거 투표율을 보면 17대 대선의 투표율은 63%, 5회 지선은 54.5%의 투표율을 보였다. 18대 대선은 75.8%, 6회 지선은 56.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비교적 가장 최근에 치러진 19대 대선은 77.2%, 7회 지선은 60.2%로 대선의 투표율 상승은 지선의 투표율 상승에 꾸준한 영향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들의 관심도는 곧 투표율로 나타난다. 투표율이 가장 높은 선거는 대통령 선거·국회의원 선거·지방선거 순이다. 앞서 규모가 큰 선거의 투표율에 따라 규모가 작은 선거의 투표율이 증가하거나 감소했음이 분명하다. 

정치권에서도 지선이 대선과 총선에 비해 관심이 낮아 지선을 대선과 함께 실시한다면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선·지선이 동시에 실시된다면 지선의 투표율은 국민관심도가 높은 대선의 영향을 받아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표율이 상승된다면 민심이 좀더 정확히 반영된다는 뜻이다. 대의민주주의의 원리에 보다 다가선다는 논리가 실현될 수 있다.

역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 변화. (사진=중앙선관위 캡처)
역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 변화. (사진=중앙선관위 자료 캡처)

◆취임일 조정으로 지자체장 '임기 축소' 막을 수 있어

지방선거가 원래 예정 보다 3개월 일찍 시행돼 대선과 함께 치러질 경우 현 지자체장들의 임기는 2~3개월 가량 줄어든다. 이것이 바로 '대선·지선 동시실시의 그늘'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정치 전문가들은 2022년 3월 대선 때 지방선거를 함께 진행하려면 현 지자체장 임기는 정해진 대로 6월 말까지 보장해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지방선거를 앞당겼을 때 현직 단체장 임기 단축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지자체장 자리에 공백기가 생겨 도정 혹은, 시정이 불완전해질 수 있다는 논거를 내세운다. 

반면,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대통령은 3월 9일에 선거해 5월 9일 취임하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은 3월 9일에 선거해 7월 1일에 취임하면 된다"며 "지선 시점을 대선에 맞추되 취임일은 예정대로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윤화섭 경기 안산시장은 "두 개의 선거를 동시에 치르면 선거비용을 절감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시민 등에게 지원할 수 있다"며 "대선에 맞춰 선거가 치러져 민선7기 지자체장의 임기가 단축된다 해도 시민을 위해 기꺼이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장과 윤 시장의 입장은 대선·지선 동시실시를 전제로 했을 때 지자체장의 임기단축 우려보다는 대선·지선 동시실시로 인한 선거비용 절감 등의 장점이 크기 때문에 취임일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거나 다소 간의 임기단축 등은 감수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읽혀진다. 

최근 선거의 투표율 변화. (사진=중앙선관위 자료 캡처)
최근 선거의 투표율 변화. (사진=중앙선관위 자료 캡처)

◆총체적 국가 이익 관점에서 신중히 다룰 문제

대선·지선 동시실시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방선거가 대선에 가려 지방자치제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 선거가 오히려 공정성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이다.

두 선거를 한꺼번에 실시하면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의 정당 소속 지선 후보자들에게 '줄투표'(모든 후보를 같은 기호로 뽑는 것)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선후보 정당에 소속된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은 일찌감치 대선후보에게 모든 정치 스케줄을 맞춰야 한다. 또 동시 선거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 신정부의 첫 인사·개각 등 모든 이슈가 청와대로 집중되면 단체장들의 지역공약이나 전문성, 대표성은 자연히 퇴색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중앙 정치권 일각의 대선·지선 동시 선거 주장은 총체적인 국가 이익의 관점에서 신중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행정편의주의적 관점이 작용된다거나 중앙정치권의 입장만 반영돼서는 곤란할 것이다. 

이밖에도 대선·지선이 동시실시된다면 선거 참여를 위한 임시 공휴일이 하루 줄어들게 돼 공무원들이나 기업체의 근로자들은 불만스러울 수 있다. 따라서 현행대로 대선·지선이 분리실시된다면 무관하겠지만, 동시실시로 결정된다면 이런 측면을 감안한 대책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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