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7.13 09:39

원희룡 "자영업자 몫으로 재난지원금 지급해야…철학 없으니 이런 일 생기는 것"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제공=국민의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제공=국민의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국회 심사를 앞두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가 이 대표가 100분 만에 번복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송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2차 추경을 통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양당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12일 오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재난지원금과 경기부양 예산 대폭 삭감에 무게를 실은 상황에서 갑작스런 합의가 나오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예결특위 위원들은 "당내 의견 수렴도 없었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그간 '전국민 위로를 명분으로 또다시 현금을 살포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사실상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황보 수석대변인은 이후 추가 안내를 통해 "오늘 합의 내용은 손실을 본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데 우선적으로 추경 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그 후 만약 남는 재원이 있을 시에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범위를 소득 하위 80%에서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해 방역상황을 고려해 필요 여부를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라고 일부 내용을 정정했다. 2시간도 안돼 사실상 번복한 셈이다.

하지만 이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반발이 거세진 상태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SNS를 통해 "이 대표가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른 합의를 해준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며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면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번 합의의 파장을 우려한 듯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오후 9시께 국회에 모여 긴급회의를 열었다.

회의 후 이 대표는 밤 11시께 페이스북에 직접 합의사항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다. 앞서 발표된 합의 내용과는 사뭇 달랐다.

이 대표는 "오늘 합의는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 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 데 우선적으로 추경 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 후 만약 남는 재원이 있을 경우 재난지원금 지급대상범위를 소득 하위 80%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 소상공인을 두텁게 지원하자는 당의 주장이 수용된 것을 전제로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추경의 총액을 늘리는 내용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며 "1인당 재난지원금 지급액 등은 기존에 논의되던 25만원에서 어느 정도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당내 혼란은 지속될 조짐이다.

윤희숙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당내 토론도 전혀 없이 그간의 원칙을 뒤집는 합의를 불쑥하는 당 대표를 보게 될 줄 몰랐다"며 "그(이 대표)는 젊은 당 대표의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 수많은 이들의 신뢰를 배반했다"고 성토했다.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도 13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금액을 줄여서라도 전국민에 지급하려고 하는 여당의 의도를 비판해야지, 야당도 동의했다며 숟가락을 얻으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난지원금은 4차 코로나 대유행으로 추가적으로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 몫으로 온전히 지급되는게 맞다"며 "이 같은 철학이 없으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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