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1.07.28 12:00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소형SUV 코나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소형SUV 코나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3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약을 타결했다. 이번 합의는 코로나19의 재확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 등 자동차 산업이 처한 위기에 대한 노사의 공감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놓고 전체 조합원(4만8534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한 결과, 2만4091명이 찬성해 가결했다. 찬성률은 56.36%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사는 3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하게 됐다.

노사 모두 아쉬움은 남겠지만 올해 임단협을 무분규로 타결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반도체 수급 문제로 휴업 사태를 빚는 등 자동차 업계의 위기가 여전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 상황은 누가 봐도 녹록치 않다. 빨리 협상을 끝내고 올해 상반기 반도체 부족으로 발생한 생산 차질을 만회하는데 전력을 다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대차 노사도 이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현재의 위기를 한 발 앞서 대응하지 않으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올해 교섭에서는 특히 미래차로 전환과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등 신사업을 국내 연구소 중심으로 추진하고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를 약속하는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을 체결했다는 것이 돋보인다. 이는 미래 신산업을 대비해 고용 안정을 확보하고 미래 모빌리티 시대 글로벌 탑 티어로 도약하겠다는 사측의 의지에 노사가 뜻을 함께 한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조기 타결로 기아와 현대모비스 등 그룹 계열사들의 임단협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기아 노조는 지난 20일 열린 8차 본교섭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기아 노조는 당초 28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오토랜드 광명'(옛 소하리공장)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다음달 10일로 연기했다. 하지만 통상 기아가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아의 교섭도 순조롭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22일 도출한 잠정합의안을 놓고 26~27일 조합원 6727명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실시했지만 51.15%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당초 여름휴가 전 타결하려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고, 하반기 생산 차질 만회도 불투명해졌다.

5개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했던 르노삼성도 지난 26일 11차 본교섭에서 사측이 여름휴가 전 타결을 목표로 800만원 규모의 일시금 지급안을 깜짝 제시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없다. 만약 협상이 지연된다면 생산차질은 물론 연속적인 적자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협상을 짧게 마무리해야 한다. 지금 자동차업계의 국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서로 줄다리기를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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