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규의 한류 따라잡기] 동남아에 한류가 번지는 이유
[오인규의 한류 따라잡기] 동남아에 한류가 번지는 이유
  • 오인규 고려대 교수(한류학센터장)
  • 승인 2016.05.1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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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화교 타운 입구 모습이다. 동남아에도 거센 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새 문화 코드로 다가서는 한류에 동남아의 젊은이들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 회에 간단하게 동남아시아의 전근대사를 개괄했다. 한류가 동남아시아 전역에 불어 닥친 민주화와 경제발전의 혜택 속에 이뤄진 새로운 문화 콘텐츠라고 설명하였다. 한류는 동남아시아에 있어서는 희망과 같은 콘텐츠였다. 식민지 시대 제국주의자들의 문화였던 영국,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의 콘텐츠도 아닐뿐더러, 태평양 전쟁시대에 경험했던 일본침략주의자들의 문화도 아니었다.

그들의 기억 속에 한국은 마찬가지 식민지국가였고, 전쟁이 벌어져 잿더미로 변했던 나라였으며, 그런 가난하고 불행한 나라를 위해 군대와 구호품 그리고 원조금을 보냈던 국가였다. 1963년에 지어진 서울의 장충체육관은 우리에게 뿌듯한 기억을 많이도 선사했던 실내 경기장이었다. 바로 이 장소에서 1966년 벌어졌던 권투 세계 챔피언 매치에서 한국의 김기수가 이탈리아의 챔피언 니노 벤베누티를 당당하게 판정승으로 누르고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세계 챔피언이 되었던 것이다.

또한, 프로레슬러 김일이 일본과, 미국, 그리고 남미의 선수들을 박치기로 제압했던 곳이기도 했음은 국민 모두 다 잘 알고 있으리라. 그러나 이 장충체육관이 필리핀의 원조로 지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들은 별로 없다. 그렇다. 1963년의 한국은 필리핀의 원조를 받을 정도로 극빈의 나라였던 것이다.

한류 콘텐츠를 통한 희망의 교육

그렇다면 한국의 콘텐츠를 왜 동남아시아의 젊은이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것일까?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한류 시장은 단연코 인도네시아다. 그러나 현재 실질적으로 한류 수익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은 태국과 싱가포르다. 그 이유는 중국이 가장 큰 한류 시장이나 실질적은 수익은 일본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유와 같다.

저작권이나 판권 보호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방글라데시, 미얀마, 라오스, 필리핀, 브루나이 등지에서 공통적으로 소비되는 한류 콘텐츠는 동남아사아에서 소비되는 후기 식민지 문화(영미, 프랑스, 일본의 문화)의 홍수 속에서 유입되는 콘텐츠다.

앞에서도 자세히 밝혔지만, 동남아시아의 문화적 포용성과 개방성이 한류에게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반면에 엄청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부담이 많은 시장인 것이다. 특히, 전후 동남아시아를 휩쓰는 일본의 대중문화와 정면 충돌해야 하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동남아시아에서 더 힘든 고투를 벌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류콘텐츠는 그 내용이 확연히 달라야 한다. 그렇다면 동남아 팬들을 위한 한류콘텐츠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첫째, 한류는 영미, 프랑스, 일본의 문화와는 달리 여성을 타깃으로 한다. 이 여성주의 문화 창조성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번 설명한 적이 있다.

유명 한류 드라마나 K-pop의 남성 배우와 가수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할리우드나 일본의 남자 배우나 가수와 달리 상당히 여성적이다 (소위 일컫는 꽃미남에 해당). 또한, 한국 여성들의 아름다움이 일본 여성들처럼 ‘귀여움(可愛い)’이나, 서양여성들의 ‘화려함(glamor)’이 아니라 남녀 모두로부터 ‘사랑스러움’을 유발하는 한국적 친근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남녀 배우나 가수의 차별성을 통해 표현되는 내용은 서양적인 현대화와 경제발전에 바탕을 둔, 한국적 공동체 사회문화이다. 인도네시아 한류 팬들이 “한국 드라마에서 포장마차나 가족들이 함께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을 보면 너무나 좋다”고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특히, “그렇게 발전되고 세련된 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된 비극의 현실을 보면, 한국이 더 사랑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한류 팬들도 있다.

한류를 통해 동남아시아의 젊은이들은 콘텐츠의 차별성에 주목하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을 적극적으로 공부한다. 한글과 한국어 공부를 시작으로, 한국의 역사나 문화, 그리고 심지어는 유학을 통해 한국의 기술과 과학을 습득한다. 한국에서 유학하다 졸업 뒤 ‘선진’ 한국문물을 자국에 전파하고 싶어 하는 남녀 대학생들이 많은 이유다. 서양이나 일본의 문물이 압박감을 준다면, 한국의 문화와 선진지식은 희망을 준다는 것이다.

한류가 빚어내는 새로운 소외

그러나 한류가 동남아시아에서 꼭 희망의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한국 공부에 열중할 수 있는 젊은이들은 거의가 중상층 출신들이다. 대부분의 하층 출신 한류 팬들은 한국을 다르게 경험한다. 우선, 한국에 유학이나 한류 여행을 오기보다는 산업연수생으로 오고, 불법체류자로 남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많은 수의 동남아 여성들이 외국인 신부로 한국에 입국해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도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집단으로 동남아에 가서 골프관광이나 매춘관광을 통해 현지인들로부터 질타를 받는 경우도 많다. 버킹검대학교 말레시아 캠퍼스의 메리 에인슬리 교수는 한류 아이돌들이 동남아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는 마치 한국이 새로운 지역적 ‘헤메몬’으로 등장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한다.

실제 한국의 아이돌을 비롯한 한류 스타들이 현지의 하층 출신 젊은이들에게 군림하는 왕이자 권력자의 이미지로 다가서는지는 더 따져볼 필요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류가 가난한 동남아시아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소외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는 되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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