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01.02 06:00

'숨고르기 장세' 예상 함영진 "대출 규제 강화되고 금리 추가 인상되면 조정 가능성"

불암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웍스 DB)
불암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문재인 정부 내내 끊임없이 불타올랐던 수도권 아파트값이 최근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여파로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지난해 12월 마지막주에는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지역도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은평구를 기점으로 강북구와 도봉구 아파트가 일제히 하락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조정 상태'라며 "내년도 부동산 시장 안정은 아직 요원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물론 올해 부동산시장은 보합세를 보이거나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다만 전세시장은 매매시장에 비해 상승률이 높을 것이라는 전문가들 사이에 별 이견이 없다. 임대차 3법으로 인한 갱신계약이 끝나는 시점이 다가오는 데다 당장 주택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집 사야 한다는 인식 확산"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작년 12월 26일 새해 주택 가격이 수도권은 5.1%, 지방은 3.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연이 추계한 올해 주택가격 상승률인 수도권 9.4%, 지방 6.1%보다는 낮지만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재인 정부 기간 중 집값을 하락 안정시키겠다는 약속은 물 건너가게 된 셈이다.

민간 연구기관들의 전망도 그리 다르지 않다. 수치에선 다소 차이가 있지만 새해에도 집값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대한건설정책연구원 5.0% ▲우리금융경영연구소 3.7% ▲주택산업연구원 2.5% ▲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 상승을 예상했다.

상승 원인 중 하나는 서울의 공급 부족이다. 주산연은 자체 주택 수급량 산정 방식을 통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서울은 14만가구, 경기·인천은 9만가구 공급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2·4 대책'을 통해 3기 신도시 등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에 주력하고 있지만 실제 공급되는데 시간 차이가 발생한다. 해당 물량은 2023년 이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가 시작된다. 단기간내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이유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대응을 위해 늘어난 국가 예산에 더해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이 풀리는 것도 부동산시장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다. 새해에도 부동산 시장으로 시중 유동 자금이 대거 유입된다면 오름세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새해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대선이 끝난 하반기에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집값 상승률은 2~3% 정도로 우상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다만 대출 규제나 국내 금리 인상, 미국 테이퍼링 등의 영향으로 우상향의 기울기가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상반기에는 일부 조정이 있겠지만 수요자들이 원하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하반기에는 상승 기조로 다시 나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올해 집값이 서울은 10% 이상, 5대 광역시는 7%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 대선결과에 관계없이 집값이 상승한다는 큰 움직임은 지속될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주택경기순환주기를 내세우며 2021년이 정점이고 2022년부터 부동산시장이 안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과거에 비슷한 패턴이 있었다는 것에 근거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환경요인이 다르다는 것에 허점이 있다. 즉 2021년은 정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집값이 상승할 요인에 대해 "지난 몇 년간 2030 세대의 주택매수가 적지 않았고 그 수요가 여전하다는 점"이라며 "과거엔 신혼부부가 일단 전세로 살다가 자금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자는 인식이 컸지만 지금은 처음부터 집을 사야 한다는 인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공급부족의 원인도 이런 인식의 변화에서 크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택공급이 여전히 어렵다는 점도 상승을 부추기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3기 신도시 입주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고, 서울 같은 곳에서는 신규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며 "여러 사안들이 꼬여 가시화 된 이 같은 현황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실질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올해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 전망 진영에 가담했다.

송 대표는 다만 "실수요자와 다주택자의 수익성은 극명하게 대립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유세 부담과 금리 인상으로 다주택자의 주택운영이 어려워지며 명목상 상승과 실질 상승은 구분해야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초강력 대출 규제 기조와 금리 인상 압박, 보유세 부담 급증이 집값 상승 폭을 제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보합세를 예상했다. 그는 "지난해의 집값 급등 현상은 새해 대출 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본격적으로 반전될 수 있다. 금융 규제 강도와 금리 인상 속도, 보유세 체감 부담감의 크기 등에 따라 시장 상황은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달 마지막주 전국 아파트 시장에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서울에서 집값 상승을 멈추거나 하락한 지역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에 이어 강북·도봉구가 1년 7개월 만에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했고 관악·금천구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함 랩장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나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의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거래량도 줄고 있다"며 "올해는 전국에서 가격상승 둔화와 거래량 감소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급락은 아니고 숨고르기 장세 또는 조정 가능성을 거칠 수 있다"며 "대선 이후에 대선주자들의 공약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상승이라고 한다면 수도권은 3% 정도로 상승하는 곳이 있을 수 있다. 그 외에 서울 외곽지역과 수도권 지역에 따라 하락하는 곳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아파트. (사진=남빛하늘 기자)
서울의 아파트. (사진=뉴스웍스 DB)

내년에도 전셋값 상승…계약갱신청구권 만료되는 가을부터 전세가격 폭등

지난해 전세시장은 급등 장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20일 기준으로 전국 전셋값은 8.78% 상승했다. 전년 동기 6.6%보다 높은 가격 변동률이다. 

아파트 전셋값은 매매가격보다 상승 압력이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가계대출 규제 여파로 은행권 대출이 벽에 부딪히면서 최근 전세 매물이 늘었지만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전국 6.5%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주택산업연구원 3.5% 상승 ▲건설정책연구원 4.0% 상승을 전망했다.

이은형 연구원은 "계약갱신청구권이 적용된 매물들과 그렇지 않은 매물들과의 가격 차이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며 "올해 가을부터는 계약갱신청구권의 사용이 만료되는 매물들이 신규계약으로 전환되면서 전세가격의 폭등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세자금대출이 차단된다면 자금융통이 어려운 실수요자(세입자)들일수록 반전세로 전환하거나 가진 돈에 맞춰 타 지역으로 이사 가는 정도의 선택지만 남는다"며 "신축아파트 등의 집단대출을 막는 것도 세간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임대차2법 시행 2주년이 되는 올해 8월 이후 계약갱신기간이 끝나 '5% 상한룰' 적용을 받지 않는 신규 전세 물건이 풀리면 전세폭등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랩장은 "2년간 전·월세를 5%로 묶는다는 상한제룰에 갇혀 있던 물량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면 시세와의 동조화가 이뤄지면서 전셋값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올해 전국 입주는 작년보다 증가하지만 서울 등에서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작년보다 감소할 것"이라며 "정비사업 이주가 발생될 곳 또는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된 곳의 임대차 가격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서진형 교수도 "임대차3 법으로 인한 전세 다중가격 형성이 심화되고 있다"며 "해법이 나와야 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혜택을 확대시켜줘야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임대차 3법 갱신시기에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송승현 대표는 "전세시장은 임대차3법 갱신시기에 예상과 달리 급등장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며 "매매시장과 마찬가지로 높아진 전세금은 전세자금에 대한 대출과 금리는 임차인에게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다.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가격의 격차로 시장에 전세매물이 누적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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