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01.05 07:00

권일 "신통기획 본격 진행되면 수요 지속"…서진형 "사업 대상지역 지정후 취득한 소유권만 제한해야"

강북구 수유동 빌라. (사진=전현건 기자)
강북구 수유동 빌라. (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작년 서울 주택 매매 시장에서 빌라(다세대·연립주택)는 아파트 거래량을 매달 앞지를 정도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값과 아파트에 집중된 규제, 서울시의 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매수세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빌라 강세'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빌라는 여전히 투자대상으로서 유망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다만 권리산정기준일 이후에 신축된 빌라를 분양받거나 지분을 쪼갠 구축 빌라를 사면 현금청산 대상이기 때문에 매수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빌라 매매, 지난해 내내 아파트 압도

지난해 서울에서 빌라는 아파트보다 매매량이 많은 현상이 12개월 내내 지속됐다.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서울 빌라 매매건수는 총 5만6025건이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건수가 총 4만1713건인 것을 고려하면 1만건 이상 많은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빌라는 환금성이 떨어져 아파트보다 거래량이 적다. 더구나 가격도 잘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 탓에 주택 수요자들이 대체로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했다.

이같은 흐름은 작년부터 달라졌다. 아파트 매매는 장기간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지난해 매매 건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반면 비싼 아파트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라도 사고보자는 심리가 발동하면서 빌라 매매는 크게 늘어났다. 

특히 시가 9억원을 넘지 않는 빌라는 아파트와 달리 무주택자가 살 경우 별도로 전세자금 대출도 받을 수 있어 대출 규제도 상대적으로 덜해 더 인기를 끌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고 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을 확정한 지난해 10월에는 빌라 매매 가격 상승률이 작년 최고치(KB국민은행 1.43%·한국부동산원 0.55%)에 이르렀다.

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 작년 10월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은 전체 주택 가운데 매매 비중이 55.6%에 달했다. 이는 2006년 월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치다.

KB통계 기준 지난해 서울 빌라 매매가 상승률은 8.42%로, 전년 상승률(8.18%)을 웃돌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연간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아파트 값은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넷째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5% 올라 전주 0.07%보다 상승폭이 0.02%포인트 줄었다.
 
서울에서는 시가가 떨어지는 지역도 속출하고 있다. 이 기간 서울 강북구와 도봉구 아파트값은 각각 0.02%, 0.01% 떨어지며 지난해 5월 이후 1년7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모든 빌라의 가격이 상승했다기 보단 80~90년대 지어진 연식이 10년 이상된 구축 빌라들이 주로 거래됐다"면서 "신축은 개발에 대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개발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빌라 열풍이 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북구 소재 필로티 구조를 갖춘 한 빌라의 모습. (본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사진) (사진=남빛하늘 기자)
서울 강북구 소재 빌라. (사진=뉴스웍스 DB)

아파트 규제 유지 되면 빌라 상승세 지속

전문가들은 올해도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유지된다면 빌라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는 지난해 1월 10억6108만원에서 12월 12억4978만원으로 15% 상승했다. 추격매수에 부담이 느낀 국민들은 재개발 가능성이 있는 구축 빌라 매입에 들어갔다. 이로인해 서울지역 빌라가격도 8.42% 올랐다.

올해도 매수세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신속통합기획 민간 재개발 사업 후보지 선정이 이뤄지고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 2차 공모도 시작되면서 개발 기대감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신속통합기획은 오 시장이 취임한 뒤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재개발의 경우 구역 지정까지 통상 5년 이상 걸리던 것을 2년 이내로 단축하고, 사업 시행 단계에서 교통·환경 등을 통합 심의해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오는 2월 28일까지 진행되는 서울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 2차 공모도 시작된다. 공공재개발은 법정 상한 용적률의 120%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늘어나는 용적률의 20∼50%를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기부채납받는 사업 방식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으며 인허가 절차 간소화, 사업비 지원, 이주비 융자 등 각종 공적 지원이 제공된다. 공공재개발에는 1차 공모에 70곳이 신청해 16곳이 선정됐다.

권일 리서치팀장은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젊은 사람들 입장에선 서울 아파트 가격 자체가 너무 올라서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은 빌라를 매입하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며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통기획에 대한 기대 심리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올해도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지속돼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대체재로 빌라를 찾는 움직임이 계속 될 것"이라며 "오 시장의 재선 여부와 신통기획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빌라 수요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금청산 대상 매수 주의보

다만 권리산정기준일 이후에 신축된 빌라를 분양받거나 지분을 쪼갠 구축 빌라를 사면 현금청산 대상이기 때문에 매수에 주의해야 한다. 사전에 개발 이슈를 모르고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까지도 살던 집에서 쫓겨나 현금청산을 받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리산정기준일이란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시점이다. 기준일 이후 토지를 분할하거나 단독주택을 다세대 주택으로 바꿔 신축하는 지분 쪼개기로 소유주를 늘리는 행태를 방지하는 위한 조치이다.

지분쪼개기란 재개발기본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노후 단독주택 등을 허물고 빌라 등 공동주택으로 지어 불특정 다수가 나눠가지는 것이다.  지분쪼개기는 재개발 사업 추진 때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조합원 수를 인위적으로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돼 왔다. 

권리산정일은 재개발을 하는 지역이라면 모두 설정된다.

현재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정비사업으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나서는 공공재개발이 1·2차로 진행하며 2·4대책에서 등장한 공공주도형 정비사업인 3080+도 있다. 최근엔 서울시도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신청지역이 100곳을 넘어설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사업별 권리산정 기준일은 공공재개발의 경우 각 사업 공모시작일(1차 2020년 9월 21일, 2차 2021년 12월 30일)이다. 공공주도형 정비사업인 3080+은 지난해 6월 28일이다. 

서울시는 신통기획에 참여할 지역의 권리산정 기준일을 1월 28일로 지정했다. 만약 28일 이후 서울에서 빌라를 샀는데 소재지가 신통기획 사업지로 확정된다면 분양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고시된 권리산정 기준일은 내년 말까지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현행 현금청산 방식이 투기 차단이라는 본래 의도와 목적과는 달리 자칫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후보지 내 현금청산 대상자들은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사업 추진에 반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금청산 시 받는 보상액은 통상 시세보다 낮은 감정평가액으로 책정된다.

정부 역시 2·4 공급대책의 핵심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의 '현금청산'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도심복합사업 현금 청산 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도심복합사업 관련)법안이 통과된 후 후보지로 지정되거나 예정지구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한 구제방안을 검토해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재산권 침해의 성격이 있다"면서 "아파트를 매수할 여력이 부족한 실수유자가 지난해 6월 30일 이후에 빌라 등을 매수했는데 그 지역이 갑자기 어느 날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사업이 시행되면 매수자는 현금청산을 받고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국민들은 미래에 어느 지역이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으로 지정되고 사업이 시행되는지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들이 사업예정지역을 맞추는 예지력까지 가져야 한다는 슬픈 사실"이라며 "정당하게 소유권을 취득한 자가 공공의 목적이 아닌 개인들에게 돌아갈 아파트사업에 재산권을 침해당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동산투기방지라는 측면에서 법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잉규제의 성격, 사유재산권의 침해, 평등권의 침해 등의 문제가 있다"면서 "이러한 점을 고려해 해당 사업지역도 사업 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이후에 취득한 소유권에 대해 제한을 하는 것이 법의 합목적성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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