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2.01.06 06:10

서진형 "기본주택 100만호 짓는데 최소 300조 들어…공약 실현 방안 너무 막연"
이은형 "5년 이내 못 만들어…도로지하화 통한 주택 공급, 교통난 심화·정주여건 악화 우려"

이재명(왼쪽) 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페이스북 캡처)
이재명(왼쪽) 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올해 주택 시장에 미칠 변수 중 하나가 오는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선거 결과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세금과 대출, 공급 정책까지 집값에 영향을 미칠 주요 정책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주요 대선 후보 중 누가 당선 되더라도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서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국적인 집값 폭등에 따른 국민들의 박탈감을 감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양당의 대선 후보는 주택공급 확대에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한 신규주택 규모는 임기 중 250만호 공급으로 숫자부터 같다.

다만 접근 방식에선 차이가 크다. 이 후보는 공공부문 위주로, 민간부문을 통한 공급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델리민주 유튜브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사진=델리민주 유튜브 캡처)

이재명 "기본주택 최소 100만호 공급…세제 완화로 우클릭 행보"

우선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기존 정부와 차별화를 위해 부동산 우클릭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3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 "시장의 판단과 정책 당국의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라며 "저는 시장의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후보의 부동산 공약 핵심은 세제 완화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각종 감세대책을 내놨다. 핵심 기조는 '보유세는 높이되 거래세는 낮추자'는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방안이 대표적이다.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다주택자들에게 양도세를 깎아줘 시장에 매물이 나오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당초 이 후보는 '6-3-3(처음 6개월 내 매도 시 전액, 다음 3개월간 절반, 나머지 3개월간 4분의 1 면제)' 계획을 밝혔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극력 반발하자 대선 이후 실행할 수도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후 '4-3-3(4개월, 3개월, 3개월)'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시가격 제도 전면 재검토 구상도 세 부담 완화 대책 중 하나다. 이 후보는 재산세나 건강보험료는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대책 마련을 주문하면서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계획도 유예·재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종합부동산세 개편안도 밝혔다. 이 후보는 일시적 2주택자를 1주택자로 간주하고 1주택 장기보유 저소득층·노인가구 과세이연, 비투기 주택 중과세 제외, 상속에 따른 다주택자 일시적 1주택 간주 등의 구체적 방향도 제시했다.

취득세 감면 계획도 추가됐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취득세 50% 감면 혜택 기준을 현행 수도권 4억원, 지방 3억원에서 각각 6억원, 5억원으로 올리는 것이 골자다. 또 취득세 최고세율 3% 부과 기준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주택 공급에 대해서는 '파격적 공급'을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250만호 중 최소 100만호를 '기본주택'으로 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기본주택이란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역세권 등 직주근접성이 높은 곳에서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공공주택이다.

그는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서울 지하철 1호선,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여기에 추가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 도심 재건축·재개발에서 용적률·층수규제 완화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이 후보는 신규 택지 지정과 관련해선 "추가의 택지 개발을 통한 신규 주택공급 문제는 지금 이미 계획된 게 있다"며 "3기 신도시도 있는데 저는 추가 신규 택지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현재 새 주택공급 부지의 유력한 후보로 김포공항이 거론되고 있다. 김포공항 이전을 통한 주택공급 공약은 이미 같은 당의 박용진 의원이 줄곧 주장한 내용이다.

박 의원은 대통령 예비 경선 기간에 "김포공항 부지만으로 20만~30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며 "고도 제한이 사라져 공항 인근 주택의 정비사업 활성화도 추진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다른 후보지로 용산공원과 성남서울공항, 수원비행장 등도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대위 개편을 밝히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원성훈 기자)

윤석열 "민간 임대주택사업 정상화1기 신도시 리모델링 규제 완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과감한 규제 완화와 세제 개편을 내세우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해 온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늦춰 보유세 급등을 차단하고 대출이 막혀 고통받는 실수요자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도 풀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신혼부부·청년층의 LTV를 80%로 높여주고 현 정부가 투기 우려 등으로 힘을 뺀 민간 임대주택사업도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후보는 정부가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주택 공급을 담당하고 도심 내 주택공급은 민간이 맡아 시장에 자연스럽게 공급이 이뤄지도록 유인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또 내년도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고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 추진, 양도세 개편 및 취득세 인하 등 세 부담 완화 공약도 제시했다. 

2020년 7월 시행되기 시작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한 시장의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관련 제도의 개정도 예고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된 것은 없지만 전·월세 상한제 폐지와 계약갱신청구권 조정이 유력하다.

부동산 공급 정책으로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 도심 주요 지역의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현 정부가 '다주택자는 투기꾼', '강남 집값 때려잡기' 등 잘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부동산 문제를 정치화시켰다고 비판하면서 시장원리에 따라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강조한다.

윤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부터 "용적률은 높이고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는 전면 재조정해 민간이 참여하는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대폭 허용하겠다"고 밝혀왔다.

또한 1기 신도시의 주택 리모델링 관련 규제 완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윤 후보는 250만호 중 공공주도로 50만호, 민간주도로 200만호의 공급이 가능하다며 수도권에만 민간·공공을 합쳐 13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기본주택에 맞서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을 제시했다. 

원가주택이란 시세보다 싼 원가로 주택을 분양한 뒤 5년 이상 거주하면 국가에 매각해 시세 차익의 70% 이상을 보장받도록 한 주택이다. 매년 6만호씩 총 30만호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5년간 20만호 공급을 목표로 하는 역세권 첫 집은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무주택 가구를 위한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역세권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기존 300%에서 500%로 높여주고, 이를 통해 확보한 물량의 50%를 기부채납 받아 공급하면 추가 비용 없이도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윤 후보의 구상이다.

이은형 "막연한 공급폭탄 지양해야"…서진형 "기본주택 3억씩 잡아도 300조 들어"

전문가들은 대권주자들이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흔들렸다고 인식하면서 잇따라 대규모 공급 확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더욱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막연한 공급폭탄은 지양해야 한다. 선거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서 보더라도 5년 이내에 양쪽에서 말하는 250만호는 못 만든다. 다만 시간을 길게 잡더라도 구체적인 방향이 명확하게 진행된다면 결국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당 후보다 정확한 수치나 재원이 안 나 와있다"면서 "전체 공급물량을 정해놓고 여기에 끼워맞추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별·사업지별 가능물량을 합산한 것이 전체 공급물량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새 주택공급 부지의 유력한 후보로 김포공항이 거론되는 것에 "김포공항의 수요는 여전하다"면서 "김포공항 같은 도심공항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기 때문이다. 도심접근성이나 공항접근성 모두 같은 내용이다. 지금은 인구가 많은 다수의 지역을 배후에 두고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까지 더욱 충실히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항부지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계획보다는 김포공항의 주차장부지 등에 복합개발사업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며 "물론 주택의 대량공급으로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목표하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기존 인프라를 발전시켜 장기적인 도시경쟁력을 축적하는 방안도 정책입안단계에서 함께 고려되고 반영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하고 그 위에 주택을 짓는 방안과 관련해선 "기대보다도 우려가 앞선다"며 "재원조달이나 사업성, 조망권 침해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로지하화를 통한 주택공급은 오히려 해당 지역의 교통난을 심화하고 정주여건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서울의 부동산문제해결에 일조할만큼의 유의미한 공급물량이 될지는 단시일에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이재명 후보의 정책이 무분별하게 나오고 있어서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며 "대통령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김포공항 같은 경우 항공교통계획, 국내선 기능 등을 살펴봤을 때 절대 도시 외곽 혹은 인천공항 등으로 옮길 수 없다. 도심의 근접한 공항을 가져야만 도시경쟁력을 갖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의 정책을 한 마디로 표푤리즘적인 정책"이라며 "현재 규제강화정책인데 이 후보는 규제완화정책을 내놓다보니 소비자와 시장은 혼란을 겪고 있다. 실질적으로 집권을 했을 때 대통령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국회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집권당의 정체성과도 관련돼 있는데 정책입법이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이후보와 윤후보의 공급 정책과 관련, "이 후보의 기본주택 100만호 계획의 경우 주택 한 채 공급에 최소 3억원씩만 잡아도 300조원이 들어가는 계획이고 윤 후보의 원가주택 등의 계획도 마찬가지"라며 "공약 실현 방안이 너무 막연하다. 구체적인 재원과 계획을 설명해야만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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