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4.05 11:12
(사진·이미지제공=이마트·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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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우성숙 기자] 냉면 한 그릇 1만4000원, 설렁탕 1만1000원, 칼국수 한 그릇 1만1000원, 소주 한 병 5000~6000원.

요즘 식당에 가면 심심치 않게 맞부딪치는 가격표다. 그마저도 언제 더 오를지 가늠할 수 없어 식당 가기가 두렵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식당뿐만이 아니다. 마트에 가서도 주워 담을 것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에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표상으로도 나타났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2020=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간 3%대를 유지하다가 지난달에 드디어 4%를 넘어섰다. 물가가 4%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이 통계마저도 액면 그대로 믿는 국민들은 그 다지 많지 않다.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 상승률은 이 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물가상승은 일부 품목이 아니라 석유류와 가공식품, 서비스 등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인상되는 요금과 물가의 성격을 보면 대부분 저소득층에 더 부담이 되는 품목들이다. 신선식품을 포함한 생필품과 유류가격, 전기료 등 가정경제를 위축시키는 제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다.

소비자 물가 상승은 서민가계엔 치명적이다. 지금도 "봉급 빼곤 다 오른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사실 최근의 물가상승은 국내적인 요인보다는 대외적인 요인에 기인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와 곡물 및 광산물 수입가격 등이 급등하면서 물가 오름세가 한층 더 가팔라진 것이다.

이런 대외 물가 상승요인은 앞으로 더 악화할 우려가 있다. 이는 당분간 물가 오름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여서 걱정이다. 특히 밀가루 등 곡물가격 상승은 국내 식음료 가격에 바로 연결돼 국내 가공식품 가격과 외식 물가를 부추길 것이라는 점에서 서민경제에는 치명타다. '밥상 물가'가 뛰면 저소득층부터 고통 받게 된다.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국제 곡물가격과 유가 등이 국내 반영되는 시차를 감안하면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은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 선제적인 물가안정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유가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서민들이 고물가로 고통 받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봐선 안 된다. 농산물 수급 안정과 식료품 유통구조 효율화를 통해 가격 상승 폭을 최소화하는 한편 원자재 가격 상승에 편승해 턱없이 높은 제품 인상을 꾀하는 행위가 있다면 제동을 걸어야 한다. 대외적인 요인을 핑계로 물가 상승을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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