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4.28 17:21

"헌법 53조 규정한 '재의 요구' 권한은 대통령직 인수 업무 중 하나"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대검찰청에서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대검찰청 검찰방송 캡처)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대검찰청에서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대검찰청 검찰방송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검수완박법안의 최종 결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검수완박법을 그대로 공포하면 대통령의 직무유기'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학의 불법출국금지 공익신고'를 하고 좌천됐던 장준희 부장검사는 국회를 통과한 '검수완박' 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제대로 검토하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당선인에 대해선 "'거부권 행사' 여부를 문 대통령과 함께 논의하고, 법안이 그대로 공포될 경우 '공포 취소'까지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 부장검사는 28일 오후 검찰 내부게시판인 '이프로스'에 올린 A4 11장 분량의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검수완박 법안은 긴급성 요청을 충족하지 않는데도 국회단계의 공청회나 입법예고 등 국민 의견수렴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여당 원내대표는 5월 3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킨 후 당일 오후 국무회의를 통해 공포할 것을 언급했다"고 꼬집었다.

국회법 82조의2는 긴급히 입법을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소관 상임위원장이 입법 취지와 주요 내용 등을 국회 공보 등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입법예고'를 하도록 돼 있다. 제·개정될 법안의 내용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것으로 입법예고 기간은 10일 이상이다. 국회법 58조 6항은 소관 상임위에 제정법률안 및 전부개정법률안은 공청회 또는 청문회를 개최하도록 하고 있다. 장 부장검사가 '검수완박' 법안이 입법단계에서 이 같은 입법예고 및 공청회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장 부장검사는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행정각부의 장은 국회 통과된 법률을 국무회의에서 그대로 의결하는 '거수기'가 아니고 '민주당 이중대'도 아니다"라며 "정부로 이송된 법안을 불과 몇시간 만에 공포하면 대통령과 정부의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 53조 1항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돼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한다'고 돼 있다. 장 부장검사는 이 부분도 문제삼았다. 그는 '정부에 이송'이라는 표현으로 국무회의에 실질적 심사의무를 부과했다고 봤다. 

장 부장검사는 "정부로 이송된 '검수완박' 법안을 검토와 논의 없이 불과 몇 시간 만에 그대로 공포하는 경우 '대통령과 정부의 직무를 유기'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직무유기 논란이 단순한 정치적, 도덕적 책임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대통령과 정부에 부여된 15일의 숙려기간과 법제업무운영규정, 국무회의 규정 등에서 정한 국무회의 심의 전단계의 규정을 모두 무시하고 국회통과 몇 시간만에 의결할 경우 시민단체 등의 직무유기 고소·고발 가능성과 국민 분열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법안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국회법상 공청회, 입법예고, 안건조정위 규정 등을 제대로 준수했고 내용상 위헌적인 조항이나 기존 법률과 상충되는 부분이 없는지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법제업무운영규정'을 들어 문 대통령에게 법무부, 대검찰청, 관계 행정기관의 의견을 취합해 검토해 줄 것도 요청했다. 대통령령인 법제업무규정 13조는 '법제처장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관계부처의 장에게 지체없이 그 사실을 통보하고 헌법 53조 2항에 따른 재의 요구에 관한 관계부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돼 있다. 그에 따르면 '검수완박' 법안의 경우에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법무부·대검 등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국무회의 규정에 따라 검찰총장 등을 참석시켜 발언 기회를 줄 것도 요청했다. 국무회의 규정 8조 2항은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중앙행정기관인 청(廳)의 장이 출석해 발언하도록 돼 있다.

장 부장검사는 또 "검수완박 법안 시행시 '부패완판'이 될 것이라는 당선인님께도 요청 드린다"며 "헌법 53조에서 규정한 '재의 요구' 권한은 대통령직 인수 업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법무부, 대검, 법제처 등의 검토결과를 취합하신 후 새로 지명된 장관 후보자 등과 함께 '재의요구' 여부를 검토해 결과를 국민께 공표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정권 교체기를 전후한 기본권 침해 시도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통령님과 당선인께서는 (헌법에서 거부권 논의 시한으로 정한) 15일의 기간을 함께 활용하는 선례를 확립해 달라"고 역설했다.

더불어 그는 윤 당선인에게 최후의 방법으로 '법안 공포 취소'를 제안했다. 그는 "만일 법안 공포가 실질적 국무회의 없이 국회 통과 수 시간 만에 이뤄질 경우 법안의 공포를 취소하고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현재 논의중인 국민투표의 경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분열과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률행위 공포에 대한 취소 논의가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강도의 방안이고 관련 규정도 명확히 없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헌정 사상 유례없이 졸속으로 추진 중인 검수완박 법안의 심각한 문제들을 바로잡기 위한 최후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장 부장검사는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에게도 "헌법재판소 위헌법률심사나 권한쟁의로는 법안 자체의 공포와 시행을 막기 어렵다"며 "국무회의 심의에 직접 출석해 졸속 통과된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대통령의 재의요구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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