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6.08 16:45
(사진=KBS '전국노래자랑' 홈페이지 캡처)
(사진=KBS '전국노래자랑'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34년 동안 1000만 명 이상을 만난 일요일의 남자, 원조 국민 MC, 영원한 현역, 만인의 오빠로 불리던 '송해(본명 송복희)'가 8일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났다. 향년 95세.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난 송해는 한국전쟁 때 월남한 실향민이다. 예명 송해는 실향민으로서 바닷길을 건넌 기억으로 '바다 해(海)'자를 썼다고 한다. 남쪽으로 내려온 뒤 해주예술전문학교에서 성악을 공부한 경험을 살려 1955년 창공악극단에서 가수로 연예활동을 시작했다. 공연 진행도 겸하면서 남다른 입담을 발휘한 게 '원조 국민 MC'로 이어지는 발판이 됐다.

그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 '전국노래자랑'이다. 1988년 5월부터 MC를 맡아 34년간 진행해왔고, 오프닝 멘트에서 그가 "전국~"하고 외치면 참가자와 관중들이 "노래자랑"으로 화답하는 장면은 많은 국민들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전국 팔도를 구석구석 누비면서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누구한테나 '오빠'로 불린 송해는 '현역 최고령 연예인'임에도 호칭에 걸맞게 정정한 모습을 보여주며 만인과 희노애락을 함께 했다. 이런 공로로 지난 4월에는 95세 현역 MC로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되기도 했다.

가수와 희극인으로 보여 준 모습도 국민들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다. 가수로서는 12장의 앨범을 냈을 정도로 출중한 노래 실력을 자랑했다. 희극인으로서는 MBC에서 방송됐던 '웃으면 복이와요'에서 여성 코미디언 이순주와 콤비로 활약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코미디언 서영춘, 구봉서 배삼룡 등과도 한 무대에 섰다. 특유의 구수한 입담으로 TBC(동양방송) 라디오 방송 '가로수를 누비며'를 17년간 진행하기도 했다.

이밖에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과 각종 광고에 출연하고, 드라마에 카메오로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MC, 가수, 희극인으로서 전 국민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 온 송해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도 개봉됐다.

올해 1월에는 설연휴 송해의 인생사를 담은 트로트 뮤지컬로 선보인 KBS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에서는 '내 인생 딩동댕' 등을 부르며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영원한 현역'으로 불리며 방송 진행 역사의 산증인이었던 송해에게도 아픔은 있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대표적이다. 1998년 금강산 관광단으로 고향 땅을 밟았을 때는 아이처럼 좋아했고, 2003년 전국노래자랑 평양 편에서는 모란봉공원 평화정 앞 무대에 올라 '한 많은 대동강'을 부르며 "다시 만납시다"라고 인사를 전하며 눈시울을 적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이런 송해를 이젠 다시 만날 수 없게 됐다. 고향 재령에서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해 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감기지 않은 눈망울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나오지 않는 하소연을 남기고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 비록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머나먼 길을 떠난 그가 이제 혼백으로만 이라도 가족과 고향을 다시 보며 영원한 안식을 누리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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